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판결로 촉발된 사법부 안팎 논란을 다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5일 회의가 열릴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정문 모습. 연합뉴스대법원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6일 열린다. 회의의 주제는 크게 '재판독립'과 '사법신뢰'로 최근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 대응, 사법신뢰 하락 개선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사건인 이 후보 판결 자체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건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흐르지만, 그간 법원 내에서 논쟁이 됐던 사안인 만큼 주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선을 8일 앞둔 가운데 정치 개입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최근 민주당의 사법개혁 일부 속도 조절 등을 감안해 논의에 거듭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연다.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법관 126명에서 과반수 이상의 구성원이 출석하면 회의는 시작된다.
상정된 안건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안건이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제안자 포함 1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추가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회의에선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신뢰에 훼손을 입었다는 지적,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요구하고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등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됐다는 문제 의식 등이 치열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8일 앞, '정치 중립성' 우려…결론 미지수
연합뉴스회의가 열리기까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투표는 한차례 마감 시한 연장을 거쳐 소집 정족수를 간신히 채웠지만, 전체 법관대표의 절반이 넘는 70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회의를 앞두고 안건 '축소 공개' 논란도 있었다. 회의 안건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는 이 후보 사건 판결은 직접 다루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내부에 공유된 안건엔 '특정 사건'(이 후보 사건)이 언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 상황에 대한 사법부 조직 차원의 대응 논의 속에, 사실상 이 후보 사건 판결에 대한 잘잘못을 직접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 사건 판결을 보는 법원 내부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개별 재판에 대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스스로 따지는 건 전례가 없고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재판이 이례적으로 진행됐고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진 만큼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반론이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회의 당일 논쟁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의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의결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구체적 입장 발표를 위해선 각 안건에 대해 참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70명이 회의 개최에 반대한 만큼, 안건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정된 안건은 논의와 표결을 거치고 원안, 수정안, 혹은 부결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게다가 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법관들이 모이는 회의가 자칫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정 대선후보 판결로 촉발된 논란에 구체적 입장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법원 내부망에도 회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법관대표회의가 의결을 미루고 대선 이후 다시 회의를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민주당의 일부 '속도조절'도 이번 회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당의 '비법조인 대법관 증원' 법안과 관련해 "개별 의원들의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며, 민주당이나 제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지금은 내란 극복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운명을 걸고 판단하는 시점인데 불필요하게 그런 논쟁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