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LA에서 시위대가 도심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11일(현지시간) 엿새째 이어진 가운데, 야간 통행금지령 등의 여파로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 체포 작전을 확대하면서, 다른 도시에서는 시위가 오히려 격화하는 모양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11일(현지시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통행금지령이 효과적이었다"며 "어젯밤(10일)에는 약탈이나 공공시설 파괴 행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LA 당국은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다운타운 내 약 2.6㎢ 지역을 대상으로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을 발령한 바 있다.
배스 시장은 시위가 도심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혼란이어서 연방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국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 밀집 지역을 급습하며 체포 작전을 벌이자,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다.
11일(현지시간) LA에서 시위대가 도심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AP통신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육류 가공 공장에서 전날 대대적인 ICE 단속이 벌어져 노동자 수십 명이 잡혀갔고, 이에 따라 공장 밖에서 소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에 있는 농장에서도 단속이 이뤄지자 주 하원의원들이 "표적이 된 이민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와 가족들"이라는 성명을 내고 강하게 항의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도 여러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전날 하루 동안 전국에서 수백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약 2500명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이 중 34명을 폭행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9일 오스틴, 댈러스, 샌안토니오 등에서 시위가 열렸으며, 이번 주에도 샌안토니오 등을 중심으로 추가 시위가 예정돼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 밤, 시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주 전역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토요일인 오는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 전역에서 계획돼 있다.
연합뉴스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LA 시위 대응을 위해 투입한 주 방위군 일부가 전날 ICE 단속 작전에도 동원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무장을 한 주 방위군 병력이 ICE 요원과 함께 체포 작전을 지원하는 듯한 장면의 사진을 소셜미디어 엑스(X)에 게시했다.
미 언론들은 이를 주 방위군이 ICE 단속에 처음으로 직접 관여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다만, LA 지역 주 방위군과 해병대를 지휘하는 '태스크포스 51' 사령관 스콧 셔먼 미 육군 소장은 "우리는 조력 활동만 하고 있으며, 실제 체포나 법 집행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