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경기 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구조개혁 없는 일시적 경기 부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하락을 막고 경기 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면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할 수 없는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뜨거워진 광장위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한은이 그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거점도시 육성과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퇴직 후 주택연금 활용, 지식서비스산업 전략적 육성 등의 해법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한은의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에 기반한 미래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시범 구축하고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있다"며 "올해 말 예정된 후속 테스트를 통해 예금토큰의 편익을 점검하고, 상용화 단계로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서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국내 업체가 구축한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기반으로 한은에 특화된 AI를 올해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