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업에 침투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두고 미중과의 기술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선 주자들도 100조 투자를 약속하며, AI 정책을 1번으로 내놨다.
업계·학계에서는 인프라·인재·데이터가 AI 정책에서 반드시 포함돼야 할 필수 요소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대선 주자들도 AI 공약을 구성했지만, 속도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조 원 어떻게 쓸까…李 "AI 인프라 투자" 강조, 金 "AI 인재 양성"
지난 28일 공개된 양당의 대선 공약집에서는 100조원 투자에 대한 계획이 제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기업·정부·연기금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AI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관 혁신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AI 지원이 필수적인 인프라와 인재, 데이터에 관한 공약을 살펴보면, 이 후보는 국가 주도의 AI 데이터센터 마련에 힘을 줬고, 김 후보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의 AI 인프라 공약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로 지정해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김 후보는 지역거점에 GPU(그래픽처리장치) 10만 장을 확보해 AI 컴퓨팅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재에 있어서는 이 후보의 경우, 프랑스의 '미스트랄 AI'와 같이 정부가 주도해 국내에서 가장 유능한 AI 인재를 모아 '국가대표 AI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이 가장 대표적이다. 김 후보의 'AI 20만 명 양성'은 AI 대학원과 글로벌 대학 중심의 인재 양성에 집중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와 관련된 공약에서 두 후보의 관점 차이는 뚜렷하다. 이 후보의 경우, 정부가 주도해 학습용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을 내세웠고, 김 후보는 현재 학습용 데이터를 개선해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시가 급한데"…우선순위 없는 나열식·추후 문제 집중해
연합뉴스
업계와 학계는 AI 투자 확대 기조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목표 시기를 제시해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후보의 AI 공약은 다양한 층위에서 촘촘하게 구성됐지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보이지 않아 현실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 후보의 AI 정책 중에서 단기적으로 시행 가능한 것과 중장기적인 전략을 구분해 현실성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 교수는 "일론머스크가 발표한 그록3의 경우 개발에 GPU 20만 장이 들었는데 '한국은 GPU 1만 장을 확보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리는지'와 같은 얘기가 듣고 싶다"며 "당장 내년이면 AI 기술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데 중장기적인 공약을 제시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당장의 문제보단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 방향 제시에 그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20만 명 인재 양성은 당장 업계의 경쟁력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AI와 직접 관련된 공약보다, 발전 이후 거론되는 문제인 AI 전력 공급을 위한 원전 위주의 정책이 주를 이뤘다는 점도 지적한다.
국내 IT(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AI 인재 양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업계에 박사급 인력이 늘어난다고 극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보지 않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박사급 인력이 들어오려면 실질적으로 5년이 넘게 걸릴 텐데, 그것보단 당장 급한 GPU 자원에 투자하는 게 더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100조원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업계와 학계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마중물을 제공하지 않고 민간 투자에 의존하게 될 경우 펀드 조성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간신히 글로벌 빅테크를 추격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민간 투자는 미국이라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차라리 다른 산업군에서 AI와 관련된 수요를 창출해주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주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