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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원로화가 "BTS RM은 무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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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회화의 거장 서승원 화백 개인전 'The Interplay', PKM 갤러리
"RM,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더라", "미술을 아는 친구"
"미술관 만든다는 얘기를 했던데 그럴 만한 자격있어"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서승원(84) 화백이 BTS(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과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2'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 화백 인스타그램 캡쳐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서승원(84) 화백이 BTS(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과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2'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 화백 인스타그램 캡쳐 "(BTS) RM은 무서운 사람이다. 서승원에 대해 다 알고 있더라고"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서승원(84) 화백이 BTS(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그의 개인전 'The Interplay(상호작용)'가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만난 서 화백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2'에서 RM과 잠시 조우했던 때를 떠올렸다.

서 화백은 "RM이 서승원이 어떤 사람인지 꿰고 있더라"며 "미술사(史)를 알고 있더라니까, 그래서 내가 그 양반 만만히 볼 분이 아니다 그러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 얘기 들으니까 미술사를 다 안다고 하더라. 우리 회화 운동까지 알고 있다고 유명하더라"며 "그래서 전에 미술관 만든다는 얘기를 했던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RM이 어떤 갤러리를 가고 어떤 작가의 그림을 보고 갔는지가 상당히 민감하다"며 "미술을 아는 친구"라고 말했다.

4년 전 RM이 그의 개인전을 찾아 작품을 구매한 이후, 개인전에 엄청 많은 아미(ARMY·BTS 팬덤명)가 찾아와 그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서승원, 'Simultaneity(동시성)' 24-919, 2024. PKM 갤러리 제공서승원, 'Simultaneity(동시성)' 24-919, 2024. PKM 갤러리 제공'미술 애호가'로 잘 알려진 RM은 지난 2022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있는 자신의 녹음실에서 서승원 화백을 비롯해 박수근, 장욱진, 백남준 등 작가들의 그림을 포함한 소장품도 공개했다. 국내 예술가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RM은 "내 뿌리는 한국에 있다"며 "한국전쟁과 군사독재 등 빈곤을 겪은 한국 작가들에게 관심이 있다"며, "그들이 한국 밖에서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RM은 세계 양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의 팟캐스트를 통해 공개된 영어 인터뷰에서 "언젠가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보여줄 공간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10일 만기 전역을 앞두고 있는 RM은 자신의 SNS에 미술 전시와 작품 등을 간간히 올리는 등 미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 왔다.

서 화백은 "RM이 사 간 작품과 비슷한 작품"이라며 전시장에 걸려 있는 핑크톤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서승원 화백이 전시장에 걸려 있는 핑크톤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KM 갤러리 제공서승원 화백이 전시장에 걸려 있는 핑크톤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KM 갤러리 제공그는 "마음의 여백에 어떤 그 황홀함을 준 그림이 바로 핑크톤 그림"이라며 "핑크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홍익대 출신인 서 화백은 30여년동안 모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960년대 기하추상 그룹 오리진과 전위미술 단체 한국아방가르드협회를 결성했다. 선과 면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기하학적 추상 미술 작업을 시도하며 일찍부터 한국의 전위 미술을 이끌어왔다.

서울 토박이로 "어린 시절 한옥에 살았다"는 그는 "기하학적인 문 창살, 완자 문양 창문에 발린 흰색 창호지, 고가구, 항아리, 백자, 청자, 민화(책거리) 등을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특히 창호지와 어머니가 다듬이질하던 하얀 빨래에 대한 기억은 '걸러짐'으로 남았다.

"우리 것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굉장히 고심했고, 그리고 기하학적 작품 운동을 하다가 20년 되면서 제 나이가 이제 20대, 30대, 40대, 50대 들어서면서부터 이제 제 스스로가 이렇게 순화되면서 기하학적인 것을 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

작가의 작품 세계는 2000년대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형태와 색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서로 스며들고 번지는 듯한 느낌으로 기하학적 추상은 해체됐다.

핑크, 연노랑, 연한 하늘색이 겹쳐지고 흘러내리며, 경계없이 한 덩어리로 녹아들며 떠다닌다.

서승원, 'Simultaneity(동시성)' 23-620, 2023. PKM 갤러리 제공서승원, 'Simultaneity(동시성)' 23-620, 2023. PKM 갤러리 제공서 화백은 "우리의 미술은 결국 '절제'"라며 "이제 그림에서는 되도록 색을 절제하고, 생각을 절제하고 그리고 어떤 사유에 대한 것을 제대로 줄여주려고 하는 것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대부터 오늘까지 비구상(추상)미술을 고집하며 조금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았다"면서 "구상미술이나 선배들이 하는 미술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미술을 구현하려 해왔다"고 했다. 서 화백은 "꽃 그림, 미인도, 사실주의, 풍경화가 유행할 때 그런 미술을 넘보지도 않았고 '그림이 안 팔려도 좋다', '오직 내 길만 가겠다'는 생각으로 60년 작품 세계를 지켜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개인전을 앞두고 염색을 새로 했다며 멋적게 웃었지만 80대 중반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하고 힘있어 보였다.

서 화백은 60년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을 정리해온 '호적 초본'이 있다며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는 "선생님은 스스로 본인 작업에 대한 아카이빙을 평생 완벽하게 해 오고 계시다"며 "만약에 선생님 사후에 후손이 하려면 10년 걸려도 못 끝내는, 어마어마한 일을 미리미리 다 해놓으셨다"고 했다.

기자간담회 준비를 위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A4용지 서너장에 빼곡히 자필로 정리해온 그는 간담회 후 일일이 취재진에게 명함을 나눠주기도 했다.

서승원 개인전 'The Interplay(상호작용)' 전시 전경. PKM 갤러리 제공서승원 개인전 'The Interplay(상호작용)' 전시 전경. PKM 갤러리 제공이번 전시에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작한 20여 점의 최신작이 선보인다.

작품에 따라 유리액자가 있는 작품, 아예 액자가 없는 작품 등으로 변화를 줬다. 박경미 대표의 아이디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 80 중반에 들어서다 보니 침묵 속에서, 무념 속에서, 아직은 못 이룬 것, 젊어서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을 좀 더 완성해 보고자 무념무상(無念無想) 속에서 작품을 쭉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서승원 화백의 전시회 브로셔와 어린시절 사진 등. PKM 갤러리 제공  서승원 화백의 전시회 브로셔와 어린시절 사진 등. PKM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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