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 아이스링크 뒤로 목동 5단지와 6단지가 보인다. 이재기 기자 서울 재건축의 대표 선호주 목동아파트는 2만5천세대 규모지만 재건축이 완료되면 5만 가구가 넘는 미니신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단지 당 세대수가 1천 여 세대 ~ 수 천 세대에 이르지만 매물로 나온 아파트는 찾기가 어렵다.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른 단지가 늘어나면서 미래의 기대수익을 바라고 내놨던 매물도 거둬들이는 데 따른 매물실종현상으로 볼 수 있다.
서울에서 SOC를 비롯한 주거여건이 가장 뛰어난 강남3구나 용산, 마포, 재건축 호재가 있는 여의도와 목동은 저마다 인기 주거지로 떠오른 이유도 제각각이지만, 요즘 아파트가격은 하루가 무섭게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1달 사이 1,2억원이 오르는 건 오른 축에 끼지도 못할 만큼 상승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 인기 학군지나 역세권을 낀 아파트단지는 국평기준으로 가격이 20~40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잠재수요자가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이기 보다는 30~50대 가장들의 갈아타기 수요에 가깝다.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고 주택담보대출까지 보태 평 수를 키워가는 만큼 정부의 대출규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5월 목동단지로 이사를 위해 20평대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은 A씨(30대)는 한 달 사이 호가가 1억5천만원 가량 올랐지만 용기를 내서 갈아타기 대열에 동참한 경우다. B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가구는 육아환경이 상대적으로 좋고 지인 서넛이 이미 목동에 살고 있어 지난 2년간 적절한 아파트를 물색해오다 구미가 당기는 아파트가 나오자 바로 잡은 것이라고 한다.
목동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5년째 걸려있어 구입시 반드시 실제로 입주해 살아야 하고 한편으로 지난 정권에서 부과된 이른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3단계 시행이 초읽기인 상황이라 가격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입주를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내달부터 돈줄죄기가 시작되면 스트레스 금리가 100%적용되고 이 경우 대출한도가 10억원에서 7~8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게 뻔한 탓이다.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가파르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A씨 가정 같은 실소유자들이 적지 않다. 정상적인 수요 공급의 원리에 의해 아파트를 사고파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투기적 수요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도 정부의 고강도규제로 인한 '실거주 의무'를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문재인정부를 거쳐 오면서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둘러쳐진 투기억제 명목의 정부규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투기지역, 토지거래허가제, 대출규제, 재건축규제 등 촘촘한 정부 규제망을 감안할 때 투기적 수요에 대한 우려보다는 실수요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갖은 제약들이 더 문제시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값이 0.8%나 올랐지만 4월 0.33%로 소폭 떨어진 뒤, 5월 0.54%, 대선 직후인 6월들어서는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7월부터 적용될 DSR규제로 가능 대출액이 줄어들고 이재명정부가 내놓을 부동산정책이 베일에 가려진 불확실성 등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예정된 대출조이기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불확실성이 겹쳐 나타난 것이 최근 상승세의 주요원인으로 볼 수 있다. B공인중개사는 "아파트가격이 자꾸 오르면 정부가 대책을 안낼 수가 없다. 조만간 대책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 역시 최근의 가격상승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특히 서울 아파트만 유독 상승세를 타는 것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부족의 문제 또한 꼽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114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서울에서만 2만 6천세대가 입주했지만 2022년에는 2만 4천여세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서울의 최대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을 합쳐도 2만여세대에 그칠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문재인정부 때 옭아맸던 재건축 규제가 대거 풀리고 서울시에서 이른바 신속통합기획 같은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2025년의 서울시 전체 입주예상 물량은 4만7천세대로 눈에 띠게 증가했다.(서울시 발표 기준) 200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4번째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외적 요인을 감안해 새정부의 부동산정책 청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임기 동안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가져갈 것인 지 또한 서울시의 아파트 부족현상에 어떤 처방을 내놓을 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시장 불확실성을 불식시킬 타이밍이란 얘기다.
수도권에 대기중인 인서울 수요와 20.30세대들이 정부정책에 입각해 내집마련을 위한 장기플랜을 짤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변수들이 도사린 부동산 고차방정식을 제대로 풀어낸 정권은 손에 꼽힌다.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여러 경우의 수를 감안한 대책을 만들되 수요.공급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수요자를 견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급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책의 우선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로 흡수할 수요가 있고 도심 주택확충으로 흡수할 수요가 따로 있다는 점을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상과열조짐을 보이는 일부 지역의 경우 핀셋규제를 가하는 등 상황과 특성에 맞는 유연한 대응도 필요하다.
공급은 손놓고 가격인상은 억누르면 된다는 식의 시장을 이기려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 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로 돌아가는 지 과거의 사례에서 똑똑히 봐왔다.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 시행은 정권이 추진해야할 일들 가운데 국가안보 다음 순위에 꼽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이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