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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대 고립청년입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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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청년들이 점점 고독해지고 있다. 마음의 문을 닫은 이들은 우울과 무기력에 잠식되고, 4명 중 3명은 죽음을 떠올린 적이 있다고 말한다. CBS노컷뉴스가 고독사 위험 그늘에 놓인 고립·은둔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들은 왜 스스로를 방 안에 가뒀을까. 고립의 원인부터 정책의 한계, 회복의 가능성까지를 9편에 걸쳐 조명한다.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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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빚 노트, 소주병 덩그러니…고독하게 떠난 청년 소연씨의 '흔적'
②[르포]쓰레기 속 웅크린 청년들…닫힌 방 안에 외로움이 쌓인다
③빈 주머니에 다시 방문 닫는다…'고립·은둔 중년' 될까 걱정만
④'우울 감옥' 사는 청년 "고립으로 찐 살 20kg, 내 마음은 쓰레기장"
⑤"저는 30대 고립청년입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는…"
(계속)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모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립된 사람은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사회생활을 하며 버티는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직장인 김재용 씨(33)는 스스로를 '고립 청년'이라 소개했다.

현직 사회복지사인 재용 씨는 평일에 출근을 할 때만 외출을 '시도' 한다. 그는 "돈을 벌기 때문에 경제적 고립은 없지만, 힘든 일이 있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땐 연락할 사람이 없는 정서적 고립 상태"라고 했다.

"너는 직장이 있으니까, 적어도 집 밖에는 나오잖아?"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뜻밖이다. 재용 씨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 철저히 모든 것에 단절된 사람만을 '고립'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사회복지사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정도를 판단할 때, 척도 조사표를 사용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갑작스레 금전적 도움을 구할 사람이 있는지, 외롭다고 느끼는지,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횟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 다양한 고립 형태를 묻지만, 지원을 고려할 때는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사람들을 찾아요."

사회와 연결은 됐지만…다양한 유형의 고립 청년 존재할까


재용씨처럼 사회와 연결 됐어도 다양한 유형의 고립 청년들이 존재하는걸까. 은둔·고립 청년 지원 기관 '안무서운회사' 김초롱 이사는 '은둔'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 있어도 '고립'이라는 범위는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다수의 지자체(서울시 등)가 시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및 지원사업 지침에 공식적으로 사용된 정의를 살펴보면, '고립 청년'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청년을 뜻한다. 직장이 있어도 고립될 수 있는 이유다.

'은둔 청년'방과 집 등 제한된 장소에 머물면서 타인 및 사회적의 관계와 교류가 거의 없는 이들을 말한다. 보통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은둔 기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청년들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이에 대한 획일화된 지원이 아닌,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고립·은둔 청년의 삶의 유형. 구글 제공고립·은둔 청년의 삶의 유형. 구글 제공
지난 2월 청년재단과 서울여자대학교 산학 협력단이 공동 진행해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삶의 유형과 서비스 욕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삶의 유형은 △건강취약형(9.7%) △독립생계채무형(20.2%) △미취업빈곤형(21.7%) △가족의존형(48.4%)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밝혔다.

각 유형에 따라 건강취약형 청년에는 신체·정신건강과 사회적 관계 형성 도움을, 독립생계채무형에는 취업과 소득·채무 지원을, 미취업빈곤형에는 취업과 소득, 정신건강 회복 지원을 하며 가족의존형에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는 방식이다.

본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김아래미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형별 맞춤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서비스 욕구가 있는 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청년들의 삶의 모습과 욕구가 매우 다양하며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회복과 자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재용씨…일상이 '혼밥', 외로움은 '반찬'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재용씨는 혼자 산다. 아침은 거르고 하루에 두 끼를 먹는데, 모두 혼자서 식사를 해결한다. 그에게 먹는 것은 "살기 위한 행위"일 뿐 어떠한 소통이나 연결도 존재하지 않았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1인 가구라면 갑작스레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인 어려움이 생길 시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황에 쉽게 놓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사회적 단절에 취약한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들의 '고립'을 부추긴 걸까.

청년 5명 중 1명은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를 보면 청년 1인 가구는 전체의 23.8%에 달했다. 이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적용하면 2025년 기준 약 244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인 가구 대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은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 개념 및 측정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경제적 박탈이 크게 감소한 데 반해 1인 가구의 경우 사회적 배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이 더 심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주상희 대표는 청년 1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사회는 물론 가족조차도 이들의 고립 상태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1인 가구를 선택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원룸과 고시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거나, 타인과 엮이는 것이 힘들어 가족이나 사회적 교류를 피해 혼자를 자처하기도 해요. 초연결 사회 속에서도 청년들은 오히려 외로움, 고독감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령대별 고립 원인 상이…"청년 고독사, 심각성 아직 미수면"



"혼자 사는 청년들은 홀로 주거비를 내야 하고, 식사도 해결해야 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도 벌어야 하죠.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고립 생활을 해요. 시도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상실감을 느껴요. 좌절을 반복하다 절망 상태로 가요. 그러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거죠."

고립·은둔 청년들을 지원하는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김옥란 센터장은 센터를 찾아오는 이들의 50% 이상은 1인 가구인 청년들이며, 가족과 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쫓겨나듯 나와 혼자가 돼버린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생존'이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이유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고독사 증가가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고독사는 세대별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실태 조사를 보면 청년층은 스스로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반면 고령층은 건강 악화로 인해 사회와 끊어진 현상이 두드러졌다.

청년층 고독사는 취업 실패와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고령층은 주거 취약성과 만성질환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회적 고립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재용 씨는 실제로 보호자와 단절되거나 혼자 거주하는 고립 청년의 죽음을 주변에서 목격한 당사자다. 사회복지사인 그가 체감하는 '청년 고독사'의 심각성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더 나아가 연령대별 고립의 원인이 다른 만큼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에서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며 요구르트를 주기적으로 배달하는 방식으론 청년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결국은 돈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는 방식이죠. 맞춤형 상담과 청년이나 1인 가구 센터 운영 시간의 유연화, 비대면 프로그램 개발 등 현장에서는 청년의 욕구가 목소리로 기록되어 있을 거예요. 가성비를 좇는 정책이 아닌, 고립의 고통에 이야기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나의 고립 점수는 몇 점일까요? 사회적 고립과 은둔 관련 인지적, 정서적 증상에 대한 테스트를 참여해보세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인터랙티브 페이지로 접속! https://m.nocutnews.co.kr/story/s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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