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성장의 과실이 고용과 가계 소득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면서 'K자형 성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양극화 가능성에 대응해 구조개혁과 창업 활성화 등 정책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0.3%, 하반기 1.7%에서 크게 반등한 것으로, 수출 회복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7.8% 증가했으며, 반도체 수출은 139.1% 급증해 전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과 함께 반도체 업황 개선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생산에서도 반도체 편중 현상이 뚜렷했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4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반도체 생산은 13.0% 증가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제조업 생산은 감소세를 보이며 산업별 온도 차가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제조업 임금근로 일자리는 17만2천 개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고용 증가 속도는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고도 자동화 설비와 대규모 자본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구조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 증가가 곧바로 노동 수요 확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산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가계 소득 지표에서도 성장과 체감 간 괴리가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462만8718원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3.6%)과 비교하면 증가 폭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소득 구성에서는 근로소득 감소와 사업소득 정체가 이어진 가운데 상위 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격차도 확대됐다. 실제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전반에서는 반도체 중심 성장과 내수 경기의 격차가 맞물리며 'K자형 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구조적 편중과 양극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수출 호조와 소비 심리 개선에도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하며,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도 가속화하겠다"며 "국민께서 일상생활에서 체감하실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창업 인재를 발굴·지원하는 한편, 개인정보 관리체계 개편과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산업·사회 전반의 구조 개선 정책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혁신 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신산업 기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보다 폭넓게 확산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