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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대 신고 한 달 만에 삭제된 CCTV…장애인시설 증거 확보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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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기간 한 달…경찰 수사 땐 저장기간 만료로 이미 삭제
시설 외부, 식당에만 설치…학대 의혹 샤워실·생활실 사각지대

세종의 한 거주시설에서 머물던 중증 장애인 피해자의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세종의 한 거주시설에서 머물던 중증 장애인 피해자의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이 제기된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증거가 될 수 있었던 폐쇄회로(CC)TV 영상이 경찰 수사 전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대 의심 신고 이후에도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현행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대전CBS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1월 13일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 A씨의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다음날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A씨는 갈비뼈와 척추 골절, 외상성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기관 측은 시설 사무국장에게 CCTV 열람을 요청했으나 "A씨의 동선을 비추는 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영상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경찰청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시설 CCTV는 외부와 식당 내부에만 설치돼 있었다. 주요 목격자는 학대 정황을 설명하며 '씻을 때'라는 취지의 몸짓을 했지만, 해당 샤워실과 생활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증 장애인 피해자의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중증 장애인 피해자의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
특히,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시점에는 시설 외부와 식당을 비추는 영상들마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옹호기관은 지난해 1월 13일부터 자체 조사에 나선 뒤 신체적 학대가 있었다고 판단, 같은 해 2월 2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CCTV 저장기간이 한 달에 불과해 학대 의심 시점 영상은 모두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뒤에도 한 달 넘게 CCTV 보존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관련 증거 확보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 CCTV는 시설 자체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저장 기간 역시 시설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한 달 안팎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옹호기관이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섰어도 수사기관과 동행하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CCTV를 직접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이 장애인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애인 학대 조사 전문가들은 장애인 거주시설 내 CCTV 보관 의무 규정과 증거 확보 권한이 부족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지역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을 맡고 있는 B씨는 "시설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돼 CCTV를 확인하러 가면 시설에서 의도적으로 관련 영상을 삭제했거나,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삭제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시설 내 CCTV 열람 권한이 없다"며 "의심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지자체에 해당 시설의 CCTV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해야 그나마 열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장애인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경찰과 지자체가 초동 대응에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폐쇄성이 강하고, 피해자 진술에 한계가 있는 만큼 CCTV 확보가 학대 판단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지혜 교수는 "어린이집 CCTV 설치도 초기에는 찬반 여론이 심했으나 수사기관의 학대 판단에서는 CCTV가 핵심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머무는 거주시설의 경우 시설 측이 CCTV 영상을 장기간 보관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처음 장애인 학대 신고가 접수됐을 때 지자체와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이 함께 협력해 CCTV 등 핵심 증거를 초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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