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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초과이윤 나누자는데…사회연대임금 논의 첫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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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긴급토론회 참석자 조율 난항에 잠정 연기
초과이윤 재분배 필요성 공감 속 실효성·시장왜곡 논란도
상생기금 한계 지적…"교섭권 강화·조세정책이 현실적 대안"

연합뉴스연합뉴스
반도체 호황으로 빚어진 삼성전자의 천문학적 초과이윤을 원·하청이 공유하자는 '사회연대임금' 논의가 촉발된 가운데, 1일로 예정됐던 고용노동부의 관련 긴급토론회가 잠정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기가 단순한 준비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사회연대임금을 둘러싼 반발과 논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김영훈 노동부 장관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초과이익 배분을 위한 '가칭 사회연대임금 모색 긴급토론회'는 잠정 연기됐다.

당초 노동부는 반도체 초호황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이익을 원·하청이 공유하는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의 가능성을 공론화하려 했다.
 
그러나 참석자 조율에 난항을 겪으며 일정을 미루게 됐다. 일부 친노동계 인사들의 참석은 결정됐지만 경영계 측 참석자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영계 등 더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을 늦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경영계의 거센 반발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무적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주 김 장관의 해외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 개최가 무산될 경우 토론회는 빨라야 다음 주 후반이나 6월 중순에야 열릴 수 있다. 논의의 첫 물꼬를 트고 동력을 마련할 계기로 기대됐던 만큼, 일정 연기로 논의가 반짝 관심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과이익의 사회적 환원인가, 시장경제 훼손인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이번 토론회 연기는 반도체 초과이윤 배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가,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론을 열고 싶다"며 "해법은 사회적 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띄웠다.

여기서 언급된 사회연대임금 정책은 대·중소기업 간 격차나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동·분배 정책의 하나다.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려 임금 격차를 완화하며, 그렇게 마련된 재원을 취약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나 복지에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표 사례로는 1950~1970년대 스웨덴 경제 발전의 기반으로 평가받는 '렌-마이드너 모델(Rehn-Meidner Model)'이 꼽힌다.

초과이윤 배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익이 노사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의 세제 지원, 공공 인프라, 협력업체의 기여 등이 결합된 사회적 총노동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가장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초과이윤을 기금화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최근 참여연대 등 3개 기관이 주최한 긴급 좌담회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안정화 노동포럼 나무 대표는 노동·시민사회도 함께 운영 주체가 되는 '노동사회연대기금(가칭)'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이 기금은 기술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과 산업 전환 교육·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연대임금과 초과이윤 재분배를 지원하고,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경영·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제조업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른 수입과 지출의 변동성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현금 흐름이 아닌 기금 형태가 적합하며, 노동과 시민사회가 수탁자 책임의 주체가 돼 인내자본(patient capital)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 "탁상공론" 비판도 거세

반면 사회연대임금과 초과이익 공유를 탁상공론이자 시장경제 훼손으로 보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초과이익의 산정 기준 자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개별 기업의 이익 배분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낡은 이념에 얽매인 '거위 배 가르기식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스웨덴의 렌-마이드너 모델이 대기업 경쟁력 저하와 자본 유출을 초래한 끝에 폐기됐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산업통상부 제공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산업통상부 제공
정부 내 엇박자도 감지된다. 김 장관이 토론회 구상을 공개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투자 골든타임"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선의에 기댄 '상생 기금'의 한계… 구조적 해법 필요

무엇보다 제도의 실효성과 진정성을 두고 노동계 내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특히 지금까지 대기업의 시혜적 선의에 기대어 조성된 상생 기금이나 재단 등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과거 대기업들이 위기 모면이나 여론 무마 차원에서 내놓은 각종 기금은 대부분 일회성 사업에 그쳤고,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이나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세우는 상생 기금이나 선언적 대화가 오히려 근본적인 격차 해소를 가로막는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실장은 현재 논의되는 사회연대임금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사회연대임금이라는 모호한 개념보다는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최저임금 인상과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교섭력 강화를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 실장은 "반도체 공급망에 있는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협상을 통해 새로운 최저임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훨씬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 토론회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가야 할 길이 모호하다"며 "가만히 있어도 원청이 돈을 나눠주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와 직접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정당한 조세를 통해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 훨씬 투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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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임금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공정성장 논의 등 다양한 분배 담론이 제기됐지만 재벌 중심 경제 구조와 후진적 지배구조라는 현실적 장벽에 번번이 가로막혀 왔기 때문이다.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조차 온전히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선진적인 스웨덴식 사회적 투자기금 모델을 개별 기업의 선의에 기대어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은 "사회연대임금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인식과 논의 없이 정책 이벤트처럼 추진되는 모습이 보인다"며 "재벌 구조 하에서 사회연대임금 모델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은 사회적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초과이익에 대해서도 공급망 전체를 고려한 이해관계자 모델(Stakeholder Model)에 따른 배분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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