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시 제공박형준 부산시장이 3선 시장의 문턱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부산을 싱가포르, 두바이와 같은 글로벌허브도시로 만들겠다던 비전을 남긴 채 시정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박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원인과 함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산에 남긴 공과를 짚어봤다. 미래를 향한 도전, 그리고 연이은 좌절
시사 방송 프로그램에서 합리적 보수 논객으로 이름을 알리던 박 시장은 지난 2021년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로 열린 보궐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1년가량 시장으로서 몸을 푼 그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 역대 부산시장 선거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 타이틀을 달았다.
재선 임기에서 박 시장이 가장 공을 들인 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였다. 부산은 2014년부터 약 9년간 유치 활동을 이어온 터였다. 박 시장은 그 불씨를 다시 살려 직접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2023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사우디 리야드가 119표를 가져갔다. 결선 투표 전략은 꺼내 보지도 못했다. 이 같은 참패는 박 시장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박 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를 다음 목표로 내걸었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산업 허브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앞 농성에 이어 삭발 투쟁까지 감행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시장의 숫자와 시민의 체감 사이
투자 유치 25배, 외국인 관광객 364만 명, 세계 스마트 도시 순위 8위. 박 시장 임기 5년간 수치상 지표는 뚜렷이 올랐다.
미식과 야경을 내세운 관광 전략과 동백패스 등 교통 정책, 보육 지원 확대도 현장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고용률 전국 12위, 1인당 GRDP 16위라는 현실 속에서 박 시장이 내미는 데이터와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 사이 거리는 임기 내내 좁혀지지 않았다.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것은 상대 진영의 프레임만이 아니었다. 수치를 앞세울수록 체감을 묻는 목소리는 더 커졌고, 당내 경선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박 시장의 역점 문화 사업인 프랑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 또한 임기 내내 논란이 일었다.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일부 시민단체는 투자심사·타당성 조사 면제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공익 감사 청구를 했다.
보궐선거 당시부터 제기된 배우자 명의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도 선거 직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선 당선 당시 엘시티를 매각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표로 답했다.
박형준 시장이 만덕~센텀 도시화고속도로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영글어가는 박형준표 정책들, 평가는 그때 다시
박 시장 임기 중 추진했던 부산의 미래를 위한 많은 사업들이 출발선에 서있다.
가덕도신공항과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는 BuTX는 첫발을 뗐고, 북항 오페라하우스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사직야구장 재개발과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등도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부산경남 행정통합특별법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국회까지 갔다.
부산의 미래를 결정지을 이 같은 정책과 사업들을 선두에서 이끌던 박 시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박 시장을 임기 내내 괴롭혔던 '성과'에 대한 평가는 그가 추진하던 부산의 미래 정책들이 어떤 식으로 결실을 보는지에 따라 다시 한번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