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재선거 주장으로 끌고 가자 당내에서는 난감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중
입장이 가장 난처한 건 이 사태를 뚫고 가까스로 5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당선 후 잠잠하더니…'재선거' 재점화
장 대표가 처음 재투표를 입에 올린 건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면서다. 그러다 오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6만여 표 차로 누르며 당선을 확정짓자 당내에서 재투표 제안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찾은 뒤 장 대표는 다시 재선거 의제에 맹렬하게 천착 중이다.
국정조사·특검보다 재선거가 근본 대책이며 실시 범위도 전국구로 넓혀야 한다고 요구한다.
장 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으면 전면적 재선거를 실시하는 게 답"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곳을 하나 콕 집어서 '여긴 재선거를 하고, 여긴 하지 말자'고 논할 단계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캠프 "교감도 없었다"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돼 서울시장 사상 첫 5선에 성공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 시장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본투표일 선관위 사태에 대한 캠프 방침은 개표를 미루자는 것이었지,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노선은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장 대표가 재선거를 주장하기 전 오 시장 측과 사전 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초선 김재섭 의원은 채널A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위는) 송파구의회 내지는 시의원, 비례대표 (정도)"라며 "(서울시장 재선거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오 시장 낙선 목적이 아니라면, 재선거 주장의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얘기다.
물밑에선 장 대표에 대한 반감이 확연히 감지된다. 오 시장 측에서는 장 대표가
서울 승리를 '선방'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오 시장이 당선된 선거를 무효화하자는 건 논리적 모순이 아니냐고 꼬집는다.
오세훈 캠프에 참여했던 당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는) 오 시장이 당선된 게 싫은 건가, 못마땅한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 인사는 "참정권이 제한된 건 일부 문제가 된 투표잖나. 재선거를 주장하는 쪽은 오히려 '정원오 캠프'여야 하지 않나"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캠프 관계자도 "설령 오 시장이 졌더라도 우리가 먼저 '재선거'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재선거 가부에 말 아끼는 吳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당 일각에선
판사 출신인 장 대표가 재선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권 연장의 빌미로 '재선거' 구호를 활용한다는 해석이다. 오 시장 선거를 도운 한 원외 인사는 "자리를 더 연명하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도 "국정조사가 당론이지, 재선거는 그렇게 정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당력을 집중해야 할 곳은 선거제도나 선관위 개혁이지, 재선거 이슈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재선거 가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6일 선관위 사태 관련 '서울특별시장 담화문'에서도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조사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 △선거관리시스템 전면 개혁 촉구 등 원론적 언급만 했다. 그는 "정부는 서울시민의 소중한 한 표가 당국의 무능으로 인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재선거가 당론이 맞는지를 묻는 질의에 "당론은 아니다"라면서 "10일 선출될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목소리를 담아 당론을 정리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