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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집회 '부정선거론' 오락가락…애먼 경찰만 '공안'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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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부터 '부정선거' 여론 재부상
구호 "재선거"→"부정선거 재선거" 변화
'재선거'만 보고 나온 시민들, 발걸음 돌려
경찰 비난 심화…피해 가족, 법적 대응 예고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시위대가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인 기자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시위대가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인 기자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서울 송파구 잠실 집회의 현장 분위기가 하루마다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구호와 음모론에 선을 긋고 재선거만 외치는 목소리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9일 닷새째에 접어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현재도 시위대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핸드볼경기장에는 서울 개표소가 설치돼 있었다. 저녁 시간 1만여 명이 모였던 전날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시민들이 들고 나온 손팻말에도 '부정선거'와 '재선거' 키워드가 혼재하고 있었다. 한쪽에 놓인 팻말에는 '성조기 X'라고 쓰였지만, 다른 쪽에서는 '성조기 환영'이라는 팻말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났던 지난 3일 저녁부터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모인 시위대는 "부정선거"·"윤어게인"·"짱X, 북괴" 등 음모론과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투표소에서 투표함이 개표소로 반출된 이후 지난 6일 저녁부터 시위대는 조금씩 음모론에 선을 긋고 오롯이 '재선거'만 외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 7일부터는 부정선거와 관련한 언행이나 팻말 등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일 마이크를 잡은 한 사람은 주기적으로 "정파성과 상관없이 국민의 민주주의를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달라"며 "구호는 '재선거'만 외치고, 다른 나라 국기 대신 태극기만 흔들어 달라"고 말했다. 또 '재선거 외 정치 구호 금지', '평화를 지켜달라' 등 쓰인 대자보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평화 집회를 하자는 취지의 대자보가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지난 7일(왼쪽)까지 붙어 있었지만, 8일(오른쪽)에는 없는 모습이다. 송선교 기자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평화 집회를 하자는 취지의 대자보가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지난 7일(왼쪽)까지 붙어 있었지만, 8일(오른쪽)에는 없는 모습이다. 송선교 기자
하지만 7일 저녁부터 부정선거론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잠실에 결집했던 극우 참가자들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불만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결국 다시 부정선거와 과격한 언행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선거와 평화를 강조하던 대자보도 일부만 남고 거의 사라졌다.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 대표적인 부정선거론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집회가 격해지기 시작한 이후 시위대의 감정이 격앙된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부정선거 주장 대신 재선거 요구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 이따금 나올 때면 시위대가 곧바로 몰려가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 소속이냐"고 묻고 "프락치(끄나풀)"라고 몰아세우는 모습이었다. 다수에게 둘러싸여 겁박당하자 한 남성은 "저 진짜 대진연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잠실7동 제2투표소 앞 집회를 강제해산하고 투표함을 반출했던 지난 5일 저녁에는 격앙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핸드볼경기장을 봉쇄하고 출입구로 통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요구했다. 이에 선거와 관련 없는 체육단체 관계자 등 일반 직장인들이 건물에 갇히자 한 직원은 '우리가 뭔 죄라고 우리까지 묶어 놓습니까'라고 적은 피켓을 보여주며 시위대 설득에 나섰다. 기자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다음 날인 토요일부터 평화 시위를 강조하는 여론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일요일에는 감정적인 대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8일 오전 집회 현장 바닥에 놓인 팻말들의 모습. 박인 기자8일 오전 집회 현장 바닥에 놓인 팻말들의 모습. 박인 기자
문제는 부정선거 여론이 다시 강세를 띠면서 '재선거 요구' 의견만을 내러 나왔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집회 참석자는 "이런 성격의 집회인 줄 몰랐다"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그냥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 A씨는 "순수하게 참여한 젊은 사람들과 예전부터 구치소 앞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이 섞여 있다"며 "서로를 감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선관위의 잘못으로 촉발된 상황에 애먼 경찰에 대한 비난 또한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강제해산 당시 경찰들이 투표소 앞에 스크럼을 짜고 있던 참가자들을 한 명씩 힘으로 뜯어내자 "폭력 경찰"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한 시민단체는 경찰 지휘부와 실무자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중국 공안'이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도 재점화됐다. 금요일 개표소 앞에서는 지나다니는 경찰들의 말투와 이름 등을 문제 삼아 "중국인 아니냐"고 고함치는 사람들이 종종 목격됐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 앞에서 경찰이 투표함 이송을 위해 이를 막아선 시위대를 강제 해산 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 앞에서 경찰이 투표함 이송을 위해 이를 막아선 시위대를 강제 해산 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지난 7일에는 '평화 집회'가 강조되면서 참가자들이 경찰 교대할 시간마다 박수를 치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경찰에 대한 태도 또한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경찰을 조롱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한 영상에는 일부 시민이 경찰관을 에워싸고 신분 확인을 요구하거나 "왕따예요?"라며 비꼬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후 "테무(중국 비유) 경찰", "왕따 경찰" 등 조롱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청은 전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사례들을 확인한 결과, 의혹이 제기된 인원들은 모두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던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파악됐다"며 "제기된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SNS 영상이 퍼지며 조롱당한 한 경찰관의 배우자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한 가운데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선거 종사자들의 단체대화방을 확보하고 선거사무에 동원된 공무원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을 조사하고 있다. 인쇄업체를 상대로도 관련 경위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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