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캐릭터를 통해 주문하는 '낯가리는 카페' 방문객. 건보공단 제공서울의 '핫플레이스' 성수동에 조금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키오스크 화면 속 가상 캐릭터가 손님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주문을 받는다. 이 아바타 뒤에는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냈지만 아직 사람과 직접 마주하는 것이 두려운 '고립은둔청년'들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고립은둔청년의 자립과 일경험 지원을 위한 팝업 '낯가리는 카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가상 캐릭터를 통해 주문하는 '낯가리는 카페' 방문객. 건보공단 제공
카페는 대면 소통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을 위해 기획됐다. 6명의 참여 청년은 별도로 마련된 안전한 공간에서 버추얼 캐릭터를 연기하며 손님을 맞았다. 가상 캐릭터라는 '보호막' 덕분에 청년들은 심리적 부담을 덜고 실제 카페와 같은 서비스 업무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청년들의 첫걸음을 위해 여러 기관도 조력자로 나섰다. 기획과 운영을 총괄한 건보공단이 직원 봉사단의 성금 1천만 원을 사업비로 쾌척했다. 또한 청년재단과 안무서운회사가 청년들의 선발과 정서적 관리를 도왔다. 여기에 오버더핸드가 버추얼 프로그램 '마스코즈'를 무상으로 지원하며 청년들이 안심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완성됐다.
최대한 많은 대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아메리카노 1천 원 등 '착한 가격'을 내세웠고 3일 동안 무려 7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손님은 화면 너머에서 긴장하고 있을 청년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따뜻한 대화를 이끌어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청년은 "처음 주문을 연습할 때는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로 긴장했지만, 손님들이 따뜻하게 반응해 주신 덕분에 점차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며 "큰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 실제 아르바이트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최근 3년 동안 만난 사람보다 이번 3일 동안 이야기 나눈 사람이 더 많았다"면서 벅찬 소감을 전했다.
건보공단 이용구 서울강원본부장은 "청년들이 보여준 작은 용기와 손님들의 따뜻한 응원이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이번 팝업이 고립은둔청년 문제 해결은 물론, 차가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약자에게도 온기를 전하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