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각종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대 귀금속과 손목시계, 억대 미술품 등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으로 규정하며 "영부인이라는 지위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질타했다.
귀금속부터 금거북이까지…"영부인 영향력 활용"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우환 화백 그림과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상자, 디올 파우치 등을 몰수하고 648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재영 목사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먼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와 관련해 모두 김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김씨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잇달아 건넨 것은 "단순한 축하나 친교 표시가 아니라 장래 기업활동 문제와 관련해 피고인 김건희와 연결고리를 확보하고 그 영향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목걸이 수수 약 한 달 뒤 이 회장이 티파니 브로치를 건네면서 사위 박성근씨를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해 달라는 취지의 인사 청탁을 했고, 김씨가 브로치를 받은 당일 '회사에 도와줄 거 없냐'고 먼저 묻는 등 청탁을 인식한 정황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과 김씨의 알선수재 범행에 대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사법적·행정적 리스크에 대비해 권력과 가까운 인물에게 미리 고액의 금품을 제공하고, 장래 직무 관련 민원을 언제든 전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두는 것이 전형적인 로비 방식"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을 받은 행위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국가교육위원장 임명을 요청하며 금거북이를 전달했고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청탁을 이어가며 세한도 복제품을 건넸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금거북이는 대통령 인사권 행사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제공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김씨 역시 그 취지와 대가관계를 인식하면서 이를 수수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건희씨(왼쪽)·기사와 관련 없는 금거북이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로봇개 사업·공천 기대"…바쉐론 시계·이우환 그림도 유죄
연합뉴스사업가 서씨로부터 받은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에 대해서도 김씨 측의 '구매대행'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 결제에 사용된 자금은 모두 서성빈이 마련한 것으로 확인될 뿐 피고인(김씨) 측 자금이 사용됐음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수천만원 상당의 고가 물품을 구매대행했다면 통상 대금을 정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그러한 사정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씨가 김씨와의 친분을 앞세워 대통령경호처 로봇개 사업을 추진한 점을 거론하며 "서성빈은 로봇개 사업과 관련해 피고인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면서 시계를 제공했고, 피고인도 이를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하면서 수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상민씨가 정치 진출을 준비하던 시기 1억 4천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김씨에게 제공한 것 역시 장래 공천이나 인사상 지원을 기대한 것으로 봤다. 또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그림 역시 진품이라고 인정했다.
최재영 '언더커버 주장' 배격…김씨엔 "죄책 무겁다" 질타
최 목사가 전달한 디올 가방과 샤넬 화장품·향수·술 등도 모두 알선수재 대상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 목사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민간 외교사절단 접견, 대통령실 특강, 관저 미술품 배치 등 구체적인 청탁을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시간을 내 강의를 만들어보겠다'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며 "최재영이 제기한 구체적인 청탁과 자신이 수수한 금품 사이에 대통령 직무와 결부된 대가관계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최 목사 측이 디올 가방 제공은 언더커버(잠입 취재) 또는 공익적 문제 제기 목적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전적으로 잠입 취재를 위해 허위의 청탁이나 외형만을 형성한 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그 어떤 고위공직자보다도 대통령과 국정 운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이를 알선의 대상으로 삼아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국가 최고 권력의 핵심부에서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수의 인사 청탁과 사업 청탁이 고가의 금품과 거래된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이라며 "영부인이라는 지위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그 지위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