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보고서(26.06.26) 캡처'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팽팽한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공개적 우려 표명 이후 금융당국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는 비판까지 나오자, 청와대가 '옐로우 카드'를 들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지목된 상황에서 정책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와 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온도 차가 좁혀질지 관건이다.
레버리지 출시 후 서킷브레이커 3회…역대급 변동성 '주범' 지목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출시된 지난달 27일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기초자산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고위험 파생결합 상품이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기초자산이 될 수 있어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로 불린다.
이 삼전닉스 레버리지 출시 후 지수가 5% 이상 급등락한 날은 23거래일 가운데 7거래일이나 됐다. 같은 기간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11회, 서킷브레이커는 3회 발동됐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출시 당일 70.78에서 지난 26일 92.71로 급등했다. 25일에는 95.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현물과 비교해 절대적 거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다 보니 ETF가 먼저 움직이고 본주가 따라가는 역전 현상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심화시킨 개인 투자자의 대형주 수급 쏠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코스피 지수 변동성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급등락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며 "매수-매도 사이드카에 익숙해졌듯 서킷브레이커에도 익숙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변동성 우려됐지만…"드러누웠어야" 파장 겹치자 핫이슈 부각
계속해서 커지는 변동성 우려 속에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는 발언을 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이 원장은 감독당국의 수장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절친으로 '금융권 실세'로 불려 한 마디 한 마디가 파급력이 크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출시 전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한 정책이냐는 비판 여론까지 나왔다.
결국 금감원은 이 원장의 레버리지 관련 발언 취지를 설명하는 문자를 기자단에 보내 진화에 나섰다. 투자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에도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의 경고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애당초 청와대에서 결정한 사항이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금융위에 문제 제기를 하고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SOXL) 등 고배율 해외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고 있어서다. 고환율 국면에서 이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겠다는 취지였다.
연합뉴스'극심한 변동성' 예의주시 하는 금융위-금감원
금융위는 금감원장의 고백을 이해하면서도 시선은 곱지 않다. 상품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 상황과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함께 보고 있어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주가가 빠졌다고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도입 취지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 자료도 냈다. 지난 달 27일 국내 상장 이후 24일까지 홍콩 상장 삼전닉스 단일종목 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자 순매수가 '순매도'로 전환됐고, 같은 기간 2137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영국·미국에서도 국내 우량주식 기초 레버리지 상품 상장 수요가 있는 만큼 국내 상장이 없었다면 해외 투자가 더 확대됐을 것이라는 취지다.
금감원도 금융위와 같은 입장이면서도 계속해서 커지는 변동성 우려에는 고민이 깊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어디를 향한 발언이 결코 아니고, 원장이 진심으로 우려한 내용이 필터링 없이 나간 것"이라면서 "공교롭게 원장이 말한 다음 날 코스피가 많이 떨어져서 더 부각됐다. 극심한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