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병태 부위원장.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범여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입했던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5·18 성역' 발언 논란이 결국 이 전 부위원장의 사퇴로 마무리됐다.
실용주의를 기치로 펼쳐 온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인사기조가 일부 인사들로 인해 빚어진 논란으로 흔들리면서, '모두의 대통령' 또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병태, '5·18 성역' 논란 나흘만, 위촉 4개월만에 사퇴
청와대에 따르면 이 전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사퇴 의사를 전했고, 청와대는 이를 즉시 수용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시작인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가 논란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는 이 전 부위원장의 SNS 발언이 게시된 지난 2일 이후 나흘만이다.
청와대는 게시글 공개 직후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이틀 뒤인 지난 4일 엄중 경고에 나섰고,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지난 6일 사퇴를 권고했다.
규제개혁 전문가라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측근인사로 분류되던 이 전 부위원장을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으로 위촉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예고된 설화리스크…'알면서도 위촉한 책임 있다'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 전 부위원장의 설화는 예고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를 "기생충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세월호 추모를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친일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성 언행에 여러 차례 나선 전력 탓이다.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후에도 기업의 이익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사회적 공유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 부정", 국가권력이 개입한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매우 위험한 조치",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권력의 오만함이 공통된 원인" 등으로 표현하면서 현정부 기조에 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험과 전문성을 보고 위촉을 했다"며 "이 정부 위원회의 부위원장 직을 수락했음에도 너무나 결이 다른 말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 전 부위원장의 행보를 개인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사를 통한 설화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또 정치적 성향이나 관점이 현 정부의 주류와 다른 것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 대통령이 위촉을 한 만큼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보수야권 출신 영입인사임에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청와대 허은아 국민통합비서관 등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은 인사들에 대한 긍정평가는 청와대의 몫이고, 논란 인사에 대한 비판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도마 위 오른 '탕평인사'…"실용주의 인사 틀 변함없을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할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이 전 부위원장의 사퇴로 인해 이 대통령의 탕평인사 또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재산과 갑질 등 의혹으로 낙마한 이혜훈 전 의원의 사례처럼 충분한 검증 없이 '보수진영 출신'이라는 점만 보고 섣불리 영입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직자를 찍어내고 비판적 목소리를 배제한다"며 비난에 나선 국민의힘 뿐만이 아니라, 내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영을 나눠 날선 설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이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모두의 대통령'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니까 그 자리에 쓰는 것 아니겠느냐"며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인사나 정책기조의 큰 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