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①손가락 잘려도 "일할 수 있나" 걱정만…테스 씨의 사라진 꿈 ②심장이 멈출 때까지 일했다…미등록 이주노동자, 병원 못 간 이유는? ③"비자 취소시킨다" 협박에 3년 침묵…유학생 노동권 사각지대 ④이주노동자 110만 시대…인권침해 '원스톱 긴급구제' 절실 (계속) |
전북 외국인 노동자 쉼터 현황. 이하은 뉴미디어 크리에이터국내 체류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1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한국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제도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주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현행 방식이 아닌, 지자체별 센터에 권한을 집중해 이주노동자들의 '긴급구제'가 이뤄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 절벽' 경제 버팀목 이주노동자…제도적 장치 부재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으로 이주노동자는 110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 경제의 필수적인 축이 됐다. 미등록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까지 더하면 최대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주노동자 증가 추이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 가파르다. 전북 지역 외국인 근로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비전문취업(E-9) 체류 외국인은 지난 2021년 7302명에서 2025년 1만 2902명으로 무려 76.7% 증가했다.
건설, 제조업, 농·어촌 현장을 지탱하며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핵심 인력으로 이미 자리잡았지만, 이들이 폭행·임금체납·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겪을 시 구제받을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유기만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통계로 보듯 전국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긴급구제 체계는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며 "인권침해는 모니터링과 사후 조사가 중요한 것이 아닌, 즉각적인 개입과 보호가 우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정부는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에 초점을 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온라인 익명 설문조사를 상시 운영해 인권침해를 방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지자체 또는 지역 이주노동자센터를 중심으로 신고부터 긴급보호, 운영권을 토대로 한 쉼터(쉘터) 연계, 법률지원, 재취업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원스톱 긴급구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유기만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 인터뷰 모습. 전북CBS노컷뉴스 유튜브 캡처피난권 보장 등 기능 분산…원스톱 긴급구제 체계 필요
전남노동권익센터 문길주 전 센터장은 "사업주의 평가가 중요한 이들에게 설문조사와 같은 모니터링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특히 피해가 생기고 나서 사업장을 옮기게 하는 사후 조사를 할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떠날 수 있어야 하고, 또 이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근본적인 예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의료·법률 지원에서도 소외된다"며 "조례를 통해 각 지자체 또는 지자체 내 이주노동자지원센터에게 예산과 권한을 주도록 하고, 센터 안에서 쉘터와 법률 지원이 운영되도록 하는 '원스톱 긴급구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는 노동관계법을 토대로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등의 방식으로 법을 집행하며, 민간단체는 이주노동자 지원에 대해 존속 가능성이 낮은 현실이다. 이에 지자체 또는 자체 지원 센터에게 권한을 집중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복안이다.
이지웅 노무사는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면서 이들을 보호할 공공 쉼터(쉘터)와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국가 책무 방기"라며 "폭력과 인권침해, 산업재해 위험으로부터 이주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즉시 개입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24시간 긴급구제'가 필요하다"며 "작업중지권에 준하는 '긴급 피난권' 보장과 쉘터로 안내하고 법률 지원이 가능한 이주노동자 전담 대응 조직의 전국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북 지역 비전문취업 체류 외국인 수와 계절근로자 체류 외국인 수. 현재 전북의 경우 도가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는 단 1곳(전주외국인노동자쉼터)이다. 이 곳의 최대 수용 인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지난 2024년 222명, 2025년 249명이 이용하는 등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증가하는 이주노동자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황선호 노무사는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들을 데리고 왔는데, 사고 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전형적인 문제들이 나타난다"며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선행되려면 이들을 긴급구제하고 쉘터로 옮길 수 있는 방안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외국인노동자쉼터 이용 현황.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