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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사장 피해 다다른 '네팔쉘터'…그 곳에서 받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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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외국인 이주노동자 수가 11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한국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제도적인 한계와 차별에 직면해 있다. 일하다 다치면, 아프면, 해고를 당하면 갈 곳이 없다. 3개월 내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시 강제 출국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CBS노컷뉴스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둘러싼 노동 현실과 제도의 빈틈, 그리고 그들이 의지하는 쉼터의 끝자락을 기록했다.

[이주노동자, 쉼⑦]
파프리카 농장과 딸기밭 전전…낯선 땅에서 상처받은 아므리트와 키타의 눈물
"식당 문 닫으면 고향 노래 불러요"…외로움 지우고 서로의 가족이 된 이웃들
버스 같은 삶 속에서도…계약서대로 숨 쉴 수 있는 일터를 기다리며

▶ 글 싣는 순서
①손가락 잘려도 "일할 수 있나" 걱정만…테스 씨의 사라진 꿈
②심장이 멈출 때까지 일했다…미등록 이주노동자, 병원 못 간 이유는?
③"비자 취소시킨다" 협박에 3년 침묵…유학생 노동권 사각지대
④국내 이주노동자 110만…인권침해 '원스톱 긴급구제' 필요
⑤'표 계산'에 외면받는 인권… 외국인 노동자엔 없는 '법적 울타리'
⑥15평에 기댄 25명…갈 곳 없는 이들의 '네팔쉘터'
⑦악덕 사장 피해 다다른 '네팔쉘터'…그 곳에서 받은 위로
(끝)
쉼터 입구에 쌓여있는 캐리어들. 풀지 못한 짐은 어느 한 곳에 맘 편히 머물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대변한다. 김현주 PD쉼터 입구에 쌓여있는 캐리어들. 풀지 못한 짐은 어느 한 곳에 맘 편히 머물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대변한다. 김현주 PD
차마 풀지 못한 캐리어가 현관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15평 남짓한 '네팔쉘터'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한 모습이다.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로 한국에 들어온 지 3개월 만에 일터를 나온 아므리트(30)씨는 "언제 떠날지 몰라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며 마음 편히 정착하지 못하는 씁쓸함을 전했다.
 

"사업 밑천 마련하려" 찾은 한국…돌아온 것은 부당 노동행위

고향에 남겨진 가족을 부양하고, 네팔에 돌아가 사업을 할 밑천을 마련하겠다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지난 3월 한국에 입국한 아므리트씨는 파프리카 농장을 첫 일터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농장주는 자신의 농장엔 일이 없다며 아므리트씨를 다른 농장으로 데려가 일을 시켰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는 계약을 맺은 사업장 외에서 일을 하면 안된다는 현행법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다른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강도는 늘어났고, 야근 등 추가 근무가 일상이 되었지만, 추가 급여는 하나도 없었다. 한국말이 서툰 아므리트씨는 왜 계약하지 않은 곳에서 일해야 하는지, 추가 수당은 왜 주지 않는지 묻지 못했다.
 
부조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농장주는 계약 당시 기숙사와 숙소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월급날 아므리트씨가 받은 금액은 정체 모를 비용들이 삭감된 액수였다.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 아므리트씨는 함께 입국한 친구와 함께 4월 말, 몇 안 되는 짐을 챙겨 농장을 뛰쳐나왔다.

인터뷰 중인 아므리트씨(왼쪽). 김현주 PD인터뷰 중인 아므리트씨(왼쪽). 김현주 PD 

숨 쉬기 힘들 정도의 찜통 비닐하우스…"이러다 죽겠다"

키타(27)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상추 농장과 딸기 농장을 전전하며 일을 했지만 딸기를 빠르게 익히기 위해 사방을 꽉 막아둔 비닐하우스 내부는 공기조차 통하지 않는 거대한 찜통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그는 "이러다 죽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사업장을 바꿀 기회가 세 번 뿐인 고용허가제도 하에서 농장을 나온 아므리트씨와 키타씨에겐 막막함 뿐이다. 섣불리 다른 사업장에 들어갔다가 악덕 고용주를 만나거나 적응하지 못해 사업장을 변경하게되면,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강제 출국을 당하거나 불법 체류자가 되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일자리를 선택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일하지 않고 지낼 수도 없는 이들을 품어준 곳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네팔 이주노동자 쉘터 '칸첸중가'. 1년에 5만 원만 내면 편히 발 뻗고 잠을 청할 수 있고, 매 끼니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아므리트 씨는 "쉼터를 알지 못했다면 친구들 집을 전전하거나 비싼 돈을 주고 모텔을 이용했어야 했다"며 "고향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쉼터를 알게돼서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칸첸중가'에 모여 식사하는 네팔 이주노동자들. 키타씨(왼쪽 두 번째)는 여기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PD '칸첸중가'에 모여 식사하는 네팔 이주노동자들. 키타씨(왼쪽 두 번째)는 여기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PD 

 타향서 울려퍼진 고향 노래…"보금자리 이상의 위로 찾아"

온라인 SNS와 지인들을 통해 알려진 쉼터는 단순히 값싼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는 곳을 넘어 낯선 타국 땅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 "처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정말 외로웠다"며 "본국에 두고 온 어머니와 아버지 생각에 날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아므리트씨는 쉘터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향이 무척 그리웠는데, 쉼터에서는 네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동향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며 테즈(38)씨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테즈 씨는 쉼터에 와서 사귄 친구다.
 
네팔 이주노동자 쉼터 '칸첸중가'에 있는 네팔 전통 악기들. 쉼터의 이주노동자들은 가끔씩 모여 고향의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김현주 PD네팔 이주노동자 쉼터 '칸첸중가'에 있는 네팔 전통 악기들. 쉼터의 이주노동자들은 가끔씩 모여 고향의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김현주 PD
키타씨 또한 상추 농장이 있던 광주를 떠나 쉼터에서 만난 두 명의 친구와 매일 식사를 같이 하며 웃음을 찾았다. 키타씨는 "네팔에서 먹던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며 기뻐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처지라 얼굴만 스칠때도 있지만, 일자리가 구해질 때까지 살을 부비며 함께 지내는 이웃들은 고향의 모습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새 가족이다. 아므리트씨는 "식당의 영업이 끝나고 나면 네팔 사람들끼리 모여 고향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친구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니 좋다"고 말했다.
 
언젠가, 어디로든 떠나야 하는 버스 같은 삶이다. 아므리트씨와 키타씨는 오늘도 다음번에 만날 사업장은 부디 계약서대로 돈을 주고, 숨을 쉴 수 있는 곳이기를 바라며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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