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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계산'에 외면받는 인권… 외국인 노동자엔 없는 '법적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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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외국인 이주노동자 수가 11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한국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제도적인 한계와 차별에 직면해 있다. 일하다 다치면, 아프면, 해고를 당하면 갈 곳이 없다. 3개월 내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시 강제 출국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CBS노컷뉴스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둘러싼 노동 현실과 제도의 빈틈, 그리고 그들이 의지하는 쉼터의 끝자락을 기록했다.

[이주노동자, 쉼⑤]
도내 시·군 조례 공백… 미등록 노동자 인권 사각지대 방치
의사 대변할 장치 없어…기존 조례 개정도 대두

▶ 글 싣는 순서
①손가락 잘려도 "일할 수 있나" 걱정만…테스 씨의 사라진 꿈
②심장이 멈출 때까지 일했다…미등록 이주노동자, 병원 못 간 이유는?
③"비자 취소시킨다" 협박에 3년 침묵…유학생 노동권 사각지대
④국내 이주노동자 110만…인권침해 '원스톱 긴급구제' 필요
⑤'표 계산'에 외면받는 인권… 외국인 노동자엔 없는 '법적 울타리'
(계속)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지난 2025년 2월 26일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상황.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지난 2025년 2월 26일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상황.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외국인 노동자가 최소한의 삶과 노동권을 스스로 지킬 법적 울타리가 없거나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인 인권보호 조례 부족…일부 조례 '선언적 구호'에 그쳐 

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전북도 내 14개 시·군 중 외국인 노동자의 지원을 명시한 단독 조례를 갖춘 기초지자체는 김제시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3개 기초단체는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2024년 발의한 '전북특별자치도 외국인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이하 전북도 조례)나 '쉼터' '기숙사', '외국인 주민' 조례 등을 근거로 외국인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만 선언적 의미에 불과했다.
 
'김제시 외국인근로자 지원 조례'가 있는 김제시도 외국인노동자를 향한 법률·노동 상담 등 지원을 언급하긴 하지만 기초단체장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보장해 실질적인 행정으로 반영될 여지는 크지 않은 현실이다.
 
황선호 민주노총 법률지원 노무사는 "전북 도내 14개 지차체 중 실질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거나 행동에 나설 의무나 유인이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북도 조례의 시행주체는 도지사로 되어 있어 각 지자체에겐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며 "인권보호를 명시한 기초단체 조례 없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노무사는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PD황 노무사는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PD
황 노무사의 지적처럼 지자체 조례의 부재는 사업주와의 갈등 등으로 불가피하게 일터를 이탈해 비자발적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이 된 노동자나,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제한된 노동 시간을 넘겨 일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이들은 노동법이 보장하는 일한 만큼 대가를 받거나, 다치면 치료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체류 자격'이란 약점을 잡은 사업주로부터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시급을 강요받거나 임금 체불, 산재 은폐 등의 고통을 겪으며 법의 보호막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고 있다.
 
이에 체류 자격과 관계 없이 모든 외국인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지자체장의 의무와 제재 방안까지 명시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황 노무사는 "체류 자격이 불안정할수록 심각한 노동법 위반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이기에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고 조례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표 안 되는 이방인" 외면…'지역 생활 인구' 인식 전환 필요

전주의 한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김현주PD 전주의 한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김현주PD 
기초·광역 의회가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명시한 조례 제정에 소극적인 이유는 '표'가 되지 않다는 계산에서다. 지방선거 투표권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 이들의 처우 개선을 대변할 유인이 부족한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이름이 올라있는 18세 이상의 외국인노동자만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다. 1~2년 이내의 체류자격만 가지고 일하러 오는 외국인노동자는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다.
 
표심을 보여줄 수 없다보니, 유권자의 표심에 민감한 선출직 공무원들이 외국인노동자의 의사를 공약이나 정책에 반영할 리 만무하다. 실제 지난 6·3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나 14개 시·군 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들 중 노동국 신설과 외국인 노동자 기후 보험 등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운 후보는 단 한 명 뿐이었다.
 
황 노무사는 "당사자들이 정착민이 아닌 '일하다 곧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다 보니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임금 체불이나 산재 등 개별 사고 해결에만 머무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커뮤니티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신유정 의원은 이주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 기본 조례'의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현주 PD신유정 의원은 이주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 기본 조례'의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현주 PD
이렇듯 정치적 계산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조례 입법을 두고 신유정 전주시의원은 '기본 조례의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예산 편성과 위원회 설치를 두고 행정과 실랑이를 벌이는 소모적 과정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기존에 있는 '노동 기본 조례'의 대상과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하고 개정하면 불필요한 논쟁 없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행정적으로 기본계획 수립도 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외국인노동자를 '값싼 인력'이 아닌 '지역 생활 인구'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존처럼 소수의 담당 공무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구조에서 민간 지원 센터나 외국인 노동자 커뮤니티가 함께 제도 마련 및 점검에 참여해 실질적인 개선책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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