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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엔 울었지만 현실은 '한국옵티칼'…韓日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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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집단해고는 4년째…600일 고공농성 뒤 돌아온 건 손배
오늘 한일 전문가·시민 국회 모여 토론회 "법인 쪼갰다고 책임도 쪼개지나"
이번 사건 계기 '먹튀·집단해고' 문제 법제화에…정부는 '신중론'

김동빈 기자김동빈 기자
일본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집단해고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시민사회가 국회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법과 제도의 공백'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김주영 의원 등 여야 의원 8명과 시민단체 손잡고·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기업과인권네트워크·금속노조 법률원 등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기업의 책임과 노동자의 권리' 한일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좌장은 김선수 전 대법관이 맡았다.

토론회 명칭은 글로벌 기업 일반을 내걸었지만,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옵티칼 사태에 맞춰졌다. 집단해고를 정면으로 다뤄 지난 여름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가능한 사랑'이 스크린에 올린 질문이, 스크린 밖에서는 4년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본사도, 생산물량도 같은데…"법인 다르다"며 묻고 따질 것도 없이 해고된 노동자들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뒤 법인 청산을 결정하고, 생산 물량을 또 다른 자회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넘겼다. 직원 대부분은 희망퇴직에 응했지만, 이를 거부한 노동자 17명은 2023년 해고됐다. 부당해고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1·2심 모두 패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한국니토옵티칼은 신규 인력 156명을 채용했고 연매출 1조 5천억 원, 영업이익 754억 원을 올렸다.

'왜 같은 회사인데,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집단해고를 하느냐'는 질문에 법은 '법인이 다르다'고 답한다.

대법원은 사업 폐지를 위해 해산한 기업이 청산 과정에서 하는 해고를 정리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로 분류한다. "청산 과정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정리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한 유효하다"(대법원 2001다27975 판결 등)는 것이다.

이 법리 아래에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같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회사를 청산해버리면 해고 자체를 다툴 길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특히 해외 모회사가 한국 법인만 청산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해고하면, 국내법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지난 2025년 8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2025년 8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옵티칼 사건이 정확히 이 구조다. 지난 7월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한국옵티칼, 한국니토옵티칼, 니토덴코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물량과 매출이 그대로 넘어간 평택 공장은 '다른 법인'이므로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결론이다.

해고노동자 소송을 대리해 온 금속노조 법률원 탁선호 변호사는 이를 "'사업은 법인', '청산의 자유는 해고의 자유'라는 두 가지 도그마"라고 불렀다. 그는 "법정에서 '주주총회에서 청산을 결정했는데 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다른 회사에 책임을 지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거대한 벽을 느꼈다"며 "17명, 혹은 7명을 고용하지 못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 판례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에 맞춰졌다. 니토덴코처럼 모회사가 사업 전체를 지배하면서도 책임은 자회사의 법인격 뒤에 숨는 구조를 법과 판례가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다.

세계 최장인 600일 고공농성을 벌였던 금속노조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은 "고공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가처분에 따른 압류, 형사 고소·고발, 4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대상이 됐다"며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민사소송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화재로 수령한 보험금이 650억 원 가까이 돼 공장을 재건하고도 남을 비용이었지만, 회사는 보험금만 수령했다"며 "법과 제도가 없어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일본 시민사회와 전문가들도 직접 참석했다. 니토덴코로부터 도쿄와 오사카에서 두 건의 소송을 당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조를 지원하는 일본 시민모임'의 오자와 쿠니코씨는 "사장이 책임을 지고 노동조합과 대화를 나누면 끝날 일"이라며 "니토덴코가 '인권 존중'의 회사라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타니 지로 변호사는 니토덴코가 노조와 연대 시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거리선전 금지 소송 등을 "공공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전략적 소송, 즉 SLAPP"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측이 460개의 사실을 적시한 방대한 서면을 잇달아 내 인정 여부를 답하는 것만으로 막대한 노력을 소모시키고 있다"며 "일본에는 서구와 같은 반(反)SLAPP법이 없어 문제 해결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해고 인정 국내외 판례 이미 수두룩…'공급망 책임법' 논의 시급한데도 정부는 "시기상조"

김동빈 기자김동빈 기자
발제자들은 판례의 벽을 넘을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제성 선임연구위원은 "법인격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법의 목적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는 법적 구성물"이라며 복수의 법인을 '하나의 사업'으로 본 국내외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006년 태광산업·대한화섬 정리해고 사건에서 인사 교류, 자재 공동구입, 단일 노조, 대표이사 겸직 등을 근거로 "사실상 하나의 법인으로 운영돼 경영상황이 하나의 기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24년 10월에는 같은 외국 모회사를 둔 한국법인과 외국법인의 한국영업소를 '하나의 사업'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2023두57876)도 나왔다. 대법원은 한국법인의 폐업에 따른 해고를 사업 전체의 폐지가 아닌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 즉 정리해고로 보고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 판결에 대해 "한국 법인을 폐업하면서 해고했고 회사는 통상해고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옵티칼 사건과 쟁점이 똑같다"며 "왜 옵티칼 사건에서는 그런 관점을 채택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탁 변호사도 "대법원이 '하나의 사업' 부정을 원칙으로 삼고,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특별한 사정의 입증 책임을 사실상 노동자에게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판례도 소개됐다. 2002년 유럽사법재판소는 폭스바겐 벨기에 법인의 청소용역 업체 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해고 사건(템코 판결)에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이 없더라도 원청까지 포함한 '계약관계망'의 일부를 구성하면 사업이전이 인정돼 고용승계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옵티칼 사건에도 니토덴코 본사까지 포함하는 계약관계망 속에서 영업양도와 고용승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3월 파리지방법원이 2017년 제정된 실천감독의무법(공급망실사법)을 처음 적용해, 터키 자회사의 노조 탄압에 대해 모기업인 화장품 기업 이브로쉐가 해고노동자 6명에게 각 8천 유로, 터키 화섬노조에 4만 유로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외 자회사의 행위에 모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프랑스의 첫 사례다.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오학수 특임연구위원은 일본 역시 공급망 인권 대응이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해외 진출 일본계 기업의 인권 실사 실시 비율은 30.8%에 그친다"고 소개했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 국내에서라면 니토덴코가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35년간 일본 노사관계를 연구했지만 도저히 답변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김동현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 정태호·박홍배·박지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급망책임법안 3건이 계류돼 있다며, 국내 자회사를 둔 해외 모회사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이른바 '외투기업 공급망책임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국의 답변은 신중론에 머물렀다. 고용노동부 김종호 노사협력정책과장은 "외투기업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노동권이 침해되는 사례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노동법 영역에서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용자성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교섭 진척 상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다"며 "NCP(다국적기업 분쟁 조정기구) 조정 절차가 기한을 추가 연장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계류 중인 입법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어 명확한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산업통상부 김현정 투자정책과 서기관은 "외투기업도 소중한 국내 기업처럼 동일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외투기업에만 적용되는 차별적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NCP 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산업부에서 많은 역할과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농성으로 인한 철거 지연에 따른 산업단지 토지 사용료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종합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수정 입법조사관은 "생산 기능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경우 고용승계에 대한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것과 별도로 전환배치·우선 채용·재취업·직업훈련 같은 고용안정 수단을 조기에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산업통상부의 생산시설 정보와 노동부의 고용조정 정보 연계를 제안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고공농성 현장을 찾아 문제 해결을 약속한 만큼 노동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며 "대한민국 국가가 이 사건 앞에서 핑계를 대지 말고 방법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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