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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막후 정치 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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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우리나라 대법관 임명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헌법 104조 2항을 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있다. 대법원장과 국회, 대통령의 뜻이 같으면 이 헌법 조항은 매끄럽게 돌아간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라도 뜻이 다르면 이 조항은 여러 물음을 불러온다. 법 조항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물이 탐탁하지 않을 경우라도 대통령은 임명해야 하는가? 그렇게 임명해야 한다면 실질적인 임명권은 대통령이 아닌 대법원이나 국회가 쥐고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면 어느 단계에서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해야 하는가? 대법원장 제청 이후 국회로 넘어가기 전 단계인가, 아니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고 난 다음인가? 만약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친 뒤에야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면 임명 거부할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 동의 절차를 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 이런 여러 질문에 헌법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관련 하위 법령도 없다.
 
이런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법원장과 대통령은 대법관 임명 시 '사전 협의'라는 관례를 세웠다. '헌법 미비'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사전 협의 관례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수 십 년 동안 잘 이어져 왔다. 대법관 임명 문제로 두 사람이 정면 충돌한 적은 없었다.

조희대 대법원장. 황진환 기자조희대 대법원장. 황진환 기자
그런데 조희대 대법원장 대에서 관례가 깨지고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부터다. 조 대법원장은 윤석열 정권 때인 지난 2023년 12월 취임했다. 윤 정권 시기 그는 대법관 후보를 6명 제청했다. 물론 제청 때마다 윤 정권과 충실히 사전 협의를 했다.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조 대법원장의 태도는 바뀌었다. 사전 협의 관례를 깨고 제청도 하지 않았다. 대신 대법관 자리를 200일 넘게 공석으로 비워 뒀다. 윤 정부 때는 충실히 해오던 사전 협의 관례를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왜 갑자기 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대신 대법관 후보를 재제청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비판만 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공문에는)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게 당연하다. 대법관 임명에 관한 헌법 조문 자체가 살펴본대로 너무 애매하고 추상적이고 간결하기 때문이다. 허점 많은 헌법 조항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겠는가?
 
제청을 거부하다가 갑자기 일방 제청을 한 시기도 고약하다.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때였다. 조 대법원장이 '법의 장막' 뒤에 숨어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이른바 '사법 정치'논란이 일던 시기다.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 내지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처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선이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의 재판을 단 9일만에 결론 내린 당시 재판은 '법대로 했다'는 조 대법원장의 설명과 달리 정치 개입이라는 의심을 여전히 받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이같은 행태로 그가 내세우고 있는 '사법부 독립'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런 의심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조 대법원장은 지금이라도 공석인 대법관 후보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협의에 나서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의 질의에 '제청하면 제 임무는 끝'이라고 답변했다. 매우 무책임한 대답이다. 이미 제청을 했으니 대통령이 임명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풀리지도 않거니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대법원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를 거듭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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