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법관 재제청 논란의 당사자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입을 열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을 넘어 "국회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해선 안 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여당은 재제청 거부 경위와 업무추진비 논란 등을 소재로 조 대법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을 내세워 조 대법원장을 적극 엄호했다.
국감장서 모습 드러낸 조희대…증언·선서는 거부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대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법사위가 지난달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터라 시작부터 대대적인 공방이 예고됐다.
발단은 조 대법원장의 인사말이었다. 그는 대법관 제청 문제에 관해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도 "청와대로부터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헌법적 근거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제청에 관해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며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증언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후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관계자들이 증인 선서를 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홀로 자리에 앉아 선서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 아래)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소관 기관장들의 증인 선서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조 대법원장이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이석이 허락되지 않으면서 그는 오전 감사 동안 자리를 지켜야 했고, 국민의힘은 "체포이자 감금"이라며 반발했다.
여당은 침묵을 지키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공세를 취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김건희씨 사건을 거론하며 "10월 31일까지 판결이 선고되지 않으면 김씨는 구속 만기로 석방된다. 김씨를 풀어주려고 시간을 끄는 명분을 삼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런 오해를 받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나.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국민이 묻는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슬픈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 되니까 조 대법원장도 다음 대통령을 하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與 공세에 입 연 조희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해"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12·3 내란에 침묵했으며 업무추진비를 고가 주류 구입 등에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조 대법원장은 침묵을 깨고 "저희 대법원은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얘기했다. 전혀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 없다"며 "저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금액이 넘어간 게 있는 모양이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시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과의 기싸움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전가의 보도도 아니고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을 얘기한다. 사법부가 치외법권 지역인가"라며 조 대법원장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다른 입장문을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라며 "법사위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점심 식사로 감사가 중단된 뒤 오후 들어 다시 시작되자 조 대법원장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임의로 이석한 것"이라며 문제 삼자 노 처장은 "몸이 아파 잠시 이석했다"고 해명했다.
靑에 책임 돌리며 조희대 엄호 나선 국민의힘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문제 삼으며 조 대법원장을 엄호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시기가 언제인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단계에서는 임명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국회 동의를 거치고 난 이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려면 않을 수 있다"며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권한이 다른 것이지 우열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태규 의원은 "대법관 재제청은 국무총리나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제청하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면서 "법리적으로 궁한 부분이 있으니 업무추진비로 인신공격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도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니 다른 기관보다 상위에 있다는 건 잘못된 개념이다. 입법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대법원장은 제청권에 대해 국회와 대통령과 균등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거론하며 "적어도 법인카드 얘기는 민주당에서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할 자격이 없다"고 역공에 나섰다.
저녁 식사 이후 재개된 감사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일이 빚어졌다. 박형수 의원이 의사 진행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여자 깡패"라고 발언하자 서 위원장이 발언 정지 조치를 내린 게 화근이 됐다.
한 차례 감사가 중단되고 여야 간사가 협의에 나섰지만 갈등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고,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났다.
조 대법원장은 감사 종료를 앞두고 다시 회의장에 배석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관여하는 것도 위헌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오전에 드린 말씀으로 갈음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서 위원장은 12·3 내란 당시 사법부의 대책 회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파기환송 결정, 헌법상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위치 등을 거론하며 입장을 촉구했지만 이 역시 조 대법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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