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지 못한 천체부터 우주 거울의 방까지…같은 하늘을 다시 본 이유[코스모스토리]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

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소개합니다.

천문학의 큰 발견은 처음 본 순간보다 다시 본 순간에 나오곤 합니다. 같은 하늘을 더 깊게, 더 오래, 더 좋은 눈으로 들여다봤을 때 비로소 숨어 있던 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별이 되지 못한 가장 작은 천체부터 거울의 방처럼 복제된 은하들까지, 모두 '다시 보기'가 찾아낸 장면들입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IC 348의 모습. 목성 질량의 두 배에 불과한 작은 갈색 왜성과 강력한 제트를 방출하는 젊은 별들이 주변 가스와 먼지에 충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NASA, ESA, CSA, 케빈 루먼(PSU), 카타리나 알베스 데 올리베이라(ESA), 마흐디 자마니(ESA/웹)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IC 348의 모습. 목성 질량의 두 배에 불과한 작은 갈색 왜성과 강력한 제트를 방출하는 젊은 별들이 주변 가스와 먼지에 충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NASA, ESA, CSA, 케빈 루먼(PSU), 카타리나 알베스 데 올리베이라(ESA), 마흐디 자마니(ESA/웹)

불사조의 둥지에서 찾은, 별로 부화하지 못한 가장 작은 알

페르세우스자리 방향으로 약 1천 광년, 우주 기준으로는 꽤 가까운 곳에 IC 348이라는 별의 요람이 있습니다. 차가운 분자 수소 구름이 제 무게에 눌려 무너져 내리며 새 별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지난달 15일 나란히 공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 이미지 속에서 이곳의 빛나는 먼지 구름은 불사조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의 핵심은 풍경보다 그 안에서 찾아낸 것에 있습니다. 연구진이 웹을 겨눈 목적은 별의 요람에서 가장 작은 별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별은 얼마나 작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NASA에 따르면 가장 작은 별도 태양 질량의 약 8%는 돼야 중심에서 수소 핵융합을 일으켜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됩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천체는 별과 같은 방식으로 태어나지만 끝내 별이 되지 못한 갈색왜성으로 남습니다.
별처럼 태어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천체, 가장 작은 갈색왜성을 찾아 온 연구진은 2022년 웹 관측에서 목성 질량의 3~4배에 불과한 갈색왜성들을 이곳에서 찾아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더 작은 천체를 찾기 위해 2024년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이 일대를 다시 관측했습니다. 이후 천체의 색과 밝기로 후보를 추린 뒤 2025년 근적외선분광기(NIRSpec)로 질량을 측정했습니다. 같은 대상을 더 깊게 다시 판 2차 탐사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목성 질량의 딱 2배, 태양 질량의 0.19%에 불과한 갈색왜성들이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가벼운 갈색왜성이자 이론이 예측한 하한보다도 작은 수치라고 NASA는 설명했습니다. 별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작은 천체까지 빚어낼 수 있는지, 그 하한선이 다시 내려간 겁니다.
덤으로 딸려 온 발견도 둘 있습니다. 가장 가벼운 축에 드는 한 갈색왜성에서 원반의 징후가 포착돼, 주위에서 작은 행성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최경량 갈색왜성들에서만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탄화수소 신호도 발견돼, 연구진은 이들이 기존 분류에 없는 새로운 분광 유형일 수 있다는 제안을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논문에 실었습니다.
IC 348 영역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천체들의 모습. NASA, ESA, CSA, 케빈 루먼(PSU), 카타리나 알베스 데 올리베이라(ESA), 마흐디 자마니(ESA/웹)IC 348 영역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천체들의 모습. NASA, ESA, CSA, 케빈 루먼(PSU), 카타리나 알베스 데 올리베이라(ESA), 마흐디 자마니(ESA/웹)
이러한 과학적 발견 외에도 이미지의 구석구석에도 볼만 한 것들이 많습니다. NASA는 이미지에서 눈여겨볼 지점 여섯 곳에 번호를 매기고 각 부분을 확대한 패널을 전체 사진과 함께 묶은 콜라주를 공개했습니다.
NASA 설명에 따르면 앞쪽 세 패널은 별이 태어나는 현장입니다. 1번에서는 먼지 구름에 깊이 파묻힌 두 별이 짧은 파장의 적외선을 먼지에 빼앗긴 채 긴 파장에서만 주황빛으로 드러나고, 2번의 중심 성단에서는 별들의 바람이 가스를 커다란 고리 모양 장막으로 빚고 그 가스가 별빛을 되비치는 반사성운이 펼쳐집니다. 3번 변두리의 두 별 곁에 보이는 가늘고 붉은 호는 별에서 빠르게 뿜어져 나온 물질이 만든 뜨거운 충격파입니다.
4번은 위쪽 구석의 허빅-아로 천체 밀집 지역으로, 갓 태어난 별이 뿜은 제트가 주변 구름을 들이받으며 길게 빛나는 분출이 빼곡합니다. 나란한 두 줄기 분출을 가진 HH 797과 프로펠러 모양의 HH 211이 그 대표 선수이고, NASA는 이 작은 구역에서만 이미 세 천체가 단독 사진의 주인공이 됐을 만큼 별 형성이 왕성한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지막 두 패널은 별의 요람 너머를 보여 줍니다. 5번의 고리를 두른 행성처럼 보이는 작은 점은 사실 은하 두 개로, 가까운 파란 은하의 중력이 바로 뒤에 겹친 먼 주황색 은하의 빛을 휘어 확대한 중력렌즈입니다. 6번의 나선은하들은 약 1천 광년 거리의 IC 348과 달리 수백만 광년 밖에 있고, 그 뒤에 점처럼 찍힌 더 작은 은하들은 멀게는 수십억 광년 밖에 있어서, 사진 한 장에 가까운 별의 요람과 아득히 먼 은하들이 함께 담긴 셈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초신성 아테나의 재등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반복적인 관측하고 있는 은하단 MACS J0417의 이미지. NASA, ESA, STScI, M. 파스칼(UCLA); 이미지 처리: J. 데파스코어(STScI)허블 우주망원경이 초신성 아테나의 재등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반복적인 관측하고 있는 은하단 MACS J0417의 이미지. NASA, ESA, STScI, M. 파스칼(UCLA); 이미지 처리: J. 데파스코어(STScI)

20만 바퀴째 되던 날, 허블은 '허블 상수'를 재고 있었다

에리다누스자리 방향으로 약 50억 광년(웹 측 공개 자료 기준) 떨어진 곳에 MACS J0417.5-1154라는 거대 은하단이 있습니다. 2024년 9월 웹이 이곳에서 물음표 모양으로 휘어진 은하를 관측해 '우주 물음표'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은하단입니다. 은하가 그렇게 휘어 보인 까닭은 은하단의 엄청난 중력이 뒤쪽에서 오는 빛을 구부려 놓기 때문이고, 이런 천체를 중력렌즈라고 부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 20만 바퀴를 채운 날 관측하고 있던 대상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NASA의 지난달 23일 발표에 따르면 시기는 9월 19일이었고, 허블은 36년 동안 약 80억㎞를 날며 170만 회가 넘는 관측을 쌓은 끝에 이 기록에 닿았습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기념일에 관측하던 과제가 공교롭게도 허블 자신의 이름이 붙은 '허블 상수', 곧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였습니다.
은하단 하나를 보고 우주의 팽창 속도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요. 열쇠는 이 은하단 너머에서 터진 초신성입니다. 중력렌즈가 초신성의 빛을 여러 갈래 길로 휘어 보내고 길마다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폭발이 몇 달 또는 몇 년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보인다고 NASA는 설명합니다.
관측 임무를 수행중인 허블 우주망원경. NASA관측 임무를 수행중인 허블 우주망원경. NASA
하늘이 보여주는 재방송인 셈입니다. 이번 재방송의 주인공은 웹이 2025년 발견한 초신성 '아테나'입니다. NASA는 아테나가 발표 시점부터 2027년 3월 초 사이에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고, 허블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같은 하늘을 되풀이해 찍으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다시 나타나는 때를 정확히 재면 렌즈 역할을 한 은하단의 질량이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허블 상수도 더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 NASA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같은 하늘을 되풀이해 찍는 일은 허블이 지금도 맡고 있는 역할 중 하나입니다. 발사 36년이 지난 지금도 허블의 관측 시간을 쓰려는 수요가 공급의 약 7배에 이르는 까닭을, NASA는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보는 허블의 눈이 적외선을 보는 웹, 로먼 우주망원경과 역할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테나가 다시 나타나는 날, 이 은하단은 한 번 더 뉴스가 될 겁니다.
은하단 MACS J0454.1-0300의 모습. 중력렌즈로 인한 빛의 왜곡으로 주변부 은하들이 휘어져 보인다. ESA/Webb, NASA 및 CSA, L. 푸르탁, S. 후지모토은하단 MACS J0454.1-0300의 모습. 중력렌즈로 인한 빛의 왜곡으로 주변부 은하들이 휘어져 보인다. ESA/Webb, NASA 및 CSA, L. 푸르탁, S. 후지모토

우주 거울의 방, 다시 보니 은하 수백 개가 숨어 있었다

오리온자리 방향으로 아득히 먼 곳에 MACS J0454.1-0300이라는 은하단이 있습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우주 나이가 약 80억 년이던 때 떠난 빛이 이제야 지구에 닿았다고 ESA는 설명합니다. 지난달 29일 ESA가 웹 '이달의 사진'으로 공개한 이 은하단 역시 중력렌즈로, 앞의 은하단이 초신성의 시차를 재는 시계로 쓰였다면 이곳의 렌즈는 먼 은하를 키워 보여 주는 돋보기로 쓰입니다.
사진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은하들입니다. 이 은하들이 은하단의 몸체이고, 그 둘레에 호처럼 휘거나 같은 모양이 여러 개로 복제된 주황색 은하들이 이 사진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주황색 은하들은 은하단에 속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뒤에 있는 더 먼 은하들입니다.
그 먼 은하들이 왜 그렇게 보일까요. 은하단의 엄청난 질량이 뒤에서 오는 빛을 구부리고 키우기 때문에, 뒤쪽 은하가 거울의 방에 들어간 듯 일그러지고 같은 모양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겁니다. ESA는 사진 가장자리의 작은 은하들까지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거울의 방은 보기 드문 기록도 세웠습니다. 같은 은하가 네 개 이상으로 겹쳐 보이려면 뒤쪽 은하의 위치와 앞 은하단의 모양이 꼭 맞아떨어져야 해서, ESA에 따르면 그런 배치는 은하단 열 곳 중 한두 곳(10~20%)에서만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은하단에서는 그런 자리가 두 곳이나 확인됐고, 한 은하단 안에서 두 번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ESA는 밝혔습니다.
그 두 자리에 찍힌 은하들은 모두 우주가 어렸을 때의 모습입니다. 하나는 빅뱅 뒤 20억 년 무렵 서로 합쳐지며 별을 쏟아내던 은하 무리이고, 다른 하나는 빅뱅 뒤 8억 년밖에 안 된 어린 은하로, 둘 다 여러 개의 겹친 모습으로 찍혔습니다. 렌즈로 키워진 자리에서는 지름 5광년 남짓한 작은 덩어리가 300배 넘게 확대돼 보인 경우도 있습니다.
MACS J0454.1-0300 은하단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이미지(왼쪽)와 지난 2014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이미지. ESA/Webb, NASA 및 CSA, L. 푸르탁, S. 후지모토, ESA/HubbleMACS J0454.1-0300 은하단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이미지(왼쪽)와 지난 2014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이미지. ESA/Webb, NASA 및 CSA, L. 푸르탁, S. 후지모토, ESA/Hubble
그래도 이 사진의 백미는 옛 사진과의 비교입니다. 허블은 2014년에 같은 은하단을 찍은 적이 있고, 이번 웹 사진에는 그때 보이지 않던 은하 수백 개가 새로 드러났습니다. 은하들은 줄곧 그 자리에 있었고, 더 붉은 빛까지 보는 웹의 눈이 12년 만에 숨은 그림을 찾아낸 겁니다.
다시 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진은 우주가 생긴 지 10억 년이 안 됐을 때의 별 하나하나를 중력렌즈로 찾아내려는 연구 등 두 건의 관측 프로그램에서 나왔고, 연구진은 이 시야 안의 한 렌즈 은하를 계속 지켜보며 수백 배로 확대된 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울의 방에 다음 모습이 떠오를 때, 이 은하단은 또 한 번 들여다볼 이유가 생길 겁니다.

놀라운 관측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경이로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은 계속 공개됩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하는 망원경들, 우리는 앞으로 또 어떤 신비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요.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월간 우·아'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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