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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플랫폼 놓고 노동계 "근기법 적용" 같은 날 노동부 "일 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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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근로자 추정제, 근기법 정의 조항에 넣어야"
노동부는 같은 시각 일하는 사람 기본법 강조…"연내 제정"

배달하는 라이더. 연합뉴배달하는 라이더. 연합뉴
870만 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권리 보호 방안을 두고, 노동계와 정부의 해법이 같은 날 엇갈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근기법) 정의 조항에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고용노동부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일 기본법)의 연내 제정을 거듭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실과 함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근기법 적용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하고 3.3% 사업소득세를 떼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근기법상 근로자 판단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왔다. 노동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까지 보호망을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이유다.

근로자 추정제란? "20년 전 ILO 권고서 출발"

기조 발제를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 조현주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제'의 연원이 2006년 국제노동기구(ILO) 고용관계 권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짚었다.

위장되거나 모호한 고용관계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지표가 있으면 고용관계를 법적으로 추정하도록 회원국에 권장한 권고다. ILO 전문가위원회는 2020년 이를 노동법 원칙인 '의심스러운 경우 근로자에게 유리하게'의 결과라고 해설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는 2019년 'AB5' 법을 도입했다. 모든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세 가지 독립계약자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플랫폼 노동 지침을 도입했다.

ILO는 올해 6월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사실에 근거해 올바르게 분류하도록 한 플랫폼 노동 협약을 채택했다.

국내 법원도 타다 운전기사와 배달 라이더를 잇따라 근로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고, 알고리즘 같은 핵심 자료는 플랫폼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습지 교사들은 2011년 소송을 내 2018년에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조 변호사는 근기법 정의가 "'의심스러운 경우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신 근기법상 근로자 정의 조항에 추정 규정을 넣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노무수령자가 이를 깨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노무수령자가 △자신의 지휘·감독이 없었고 사업에 편입돼 있지 않은 점 △노무제공자가 업무 내용·방식과 보수 산정 기준을 결정할 수 있는 점 △노무제공자가 핵심 작업도구를 소유하고 독자적으로 고객을 확보해 추가 이윤을 낼 수 있는 점을 모두 입증해야 추정이 깨지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두고 법 체계상 보완점도 제기됐다.

토론에 나선 국립부경대 정영훈 교수는 사용자에게 지휘·감독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면 추정을 깨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간주(의제)가 돼 과잉 제한 논란이 일 수 있고, 무죄추정 원칙 등을 고려해 형사절차는 적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근로복지연구원 김영미 책임연구원은 "영세 사업주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사전 지위 확인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노동부는 '일 기본법' 강조…"제3의 범주 신호 줄 수도"

반면, 같은 날 같은 시각 노동부는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청년 프리랜서 오픈마이크'를 열고 청년 특고·플랫폼 종사자 문제를 다뤘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실태조사에서 청년 특고·플랫폼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7.5%에 그쳤다. 대안으로 정부는 일 기본법 제정을 거듭 강조했지만, 근로자 추정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영훈 장관은 마무리 말씀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 기본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공정하게 계약할 권리, 합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보장하고 분쟁이 생기면 정부가 조정에 나서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기본법인 만큼 그 자체로 구체적 보호를 강제하기보다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부는 기본법을 토대로 소득기반 고용보험 도입,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가칭 'K-노동복지회의소'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날 양대노총 토론회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조 변호사는 일 기본법이 노무제공자를 별도 적용 대상으로 삼으면, 이들이 근로자로 포섭되기 어려운 "제3의 범주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배달 라이더 소송 1심 법원은 회사가 라이더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고 산재·고용보험료를 낸 점을 들어, 복장 규정 등을 지휘·감독이 아닌 보호의무 이행으로 보고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소장은 추정제로 오분류부터 해결하고, 그래도 근기법 밖에 남는 이들을 후속으로 보호해야 하는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정부도 근로자 추정제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1월 '권리 밖 노동' 패키지 입법 대책에서 일 기본법과 추정제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부는 추정 규정을 근기법 정의 조항이 아닌 별도 조항에 둔다. 그리고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만 근로자로 추정한다. 노동부는 근로자 범주를 넓히지 않고 민사상 분쟁에서 입증 책임을 바꾸는 안이라고 설명해 왔다.

남 소장은 이 안에 대해 "범주를 넓히는 효과가 없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신하나 변호사는 노동자 상당수가 소송 전 진정 단계에서 다툼을 끝낸다며 "분쟁해결형 추정은 결국 수년에 걸친 소송을 감당할 수 있는 노무제공자에게만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노동부 송유나 근로기준정책과장은 "근로자 정의 개념 확대는 더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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