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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조직은 갑질과 괴롭힘을 어떻게 '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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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전에서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대전시를 비롯한 조직의 태도 역시 뭇매를 맞았습니다. 대전시 관계자는 경황없는 유족에게 "갑질이 성립되려면 3가지 조건이 맞아야 된다"는 설명부터 꺼냈고, 대전시소방본부는 신원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이메일 신고를 대책으로 내놓아 논란을 더했습니다. 올 들어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드러난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에서는 최근 1년 새 직원의 70%가 떠났다고 합니다. 어쩌면 연이은 사건의 뒤에 이 같은 조직의 태도가 토양이 된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부분으로 꼽힙니다.

[갑질과 괴롭힘, 그 후②]

사건을 바라보는 조직의 태도는 메시지를 남긴다.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 또는 좌절을 안길 수 있다. 가해자들에게는 자신의 행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그 결과는 다시 조직으로 돌아온다.

최근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조직의 태도 역시 주목되고, 또 우려가 이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대전시 새내기 공무원 A씨는 새 부서를 배치 받은 지 석 달 만인 지난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당 업무 지시와 과중한 업무 부담, 집단 따돌림 등이 있었다는 호소가 나왔다.

A씨가 숨진 지 한 달이 되는 날 유가족은 대전시의 대응에 대해 성토했다. A씨가 숨진 지 사흘 만에 있었던 대전시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갑질이 성립되려면 3가지 조건이 맞아야 된다"는 설명부터 나오는가 하면, 이후 조사를 위한 면담에서는 조사를 촉구하는 유가족에게 "다른 일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유가족은 "정말 이게 큰 사안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생전에도 조직에 문제를 털어놓을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신고할 수 있는 창구 이용이 쉽지 않았던 데다, 폐쇄적이고 소문이 빠르게 흐르는 내부 문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숨지기 직전 숨지기 직전 휴직계를 내려고 했지만 긍정적 대답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대전시는 지난 7월 정의당 이은주 의원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관련 조례도, 규칙도,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1일부터 '갑질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가 발효됐지만, 제도의 안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 공무원 A씨의 유가족과 변호인 측은 지난달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가 빠르게 이뤄져 합당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정남 기자대전시 공무원 A씨의 유가족과 변호인 측은 지난달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가 빠르게 이뤄져 합당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정남 기자대전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역시 지난 9월 휴직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직장 내 갑질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시소방본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메일을 통해 갑질을 신고하라는 것이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시소방본부는 '건전한 조직문화를 위한 갑질 등 신고센터 운영계획'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일선 소방서 등에 전했다.
 
신원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이메일로 제보를 하라는 방안에, 직장 내 괴롭힘의 속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시소방본부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소방공무원 갑질 행위 근절대책으로서 인트라넷에 '소방신문고'를 개설해 제보를 받겠다고 했다. 인트라넷 역시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고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현장 직원들이 "외부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트라넷 '소방신문고'를 만든 뒤 접수된 갑질 등 위법행위는 소방공무원이 숨진 9월 현재까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드러난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 최근 1년 새 직원의 70%가 이곳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어렵게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을 지켜보는 눈은 조직을 떠난 이들 중에서도 적지 않았다. 수사가 이뤄졌고,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조직은 임원에게 아무런 징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자조 섞인 평이 나왔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과정을
무엇이 가로막고 있는가"

"가해자의 행위가 밝혀지고 제대로 처벌받는 것, 가해자뿐 아니라 회사의 책임 있는 자의 진심어린 사과, 지속적인 괴롭힘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도중에 중단시킬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 나약하고 잘못해서가 아니라 명백한 직장 갑질 때문이며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과정을 무엇이 가로막고 있는가."

새내기 공무원의 죽음 이후 알려진 대전시의 대응과 관련해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과정'이라는 일침을 놨다.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사건에 대해 조직은 '물어야' 한다.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지만 실상은 '묻히는' 경우가 많다고 피해자들은 말한다. 최소한 드러나는 사건들에 대해서라도 조직이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의당 대전시당의 남가현 위원장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사건 해결뿐만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가현 위원장은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조직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노동자들이 갖도록 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조직의 태도와 문화가 달라지지 않으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직장의 대표나 단체장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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