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건축법에 '반지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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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건축법상 '반지하' 용어는 없어…'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 표현
반지하 현재 불법은 아냐
단, 상습침수지역 '건축 허가를 아니할 수 있다' 강제 조항 아닌 임의 조항
산업화, 도시화의 역설…80년대부터 반지하 금지조항 사라짐
반지하의 96% 수도권에 밀집…저렴한 임대료, 주거 취약계층 수용 현실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팩트체크할 주제는 "건축법상 반지하는 거주공간이 아니다?" 라고요? 기록적인 폭우로 일가족이 반지하방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죠. 항상 사고 뒤 관심을 갖는 게 안타깝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반지하 주거 형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12일 오후 집중호우로 발달장애 가족의 참변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반지하에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12일 오후 집중호우로 발달장애 가족의 참변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반지하에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진단과 해법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 조태임 >  네 시작해보죠. 그런데 반지하가 거주공간이 아니라는 얘기는 어디서 시작된 얘기인가요
 
◆ 선정수 >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지하 공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강조했습니다. 조 교수는 "(반지하는) 주 생활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주택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조 교수는  "현재 우리 건축법에 반지하는 주거공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반지하를 허용을 하고 있어요. 일선 구청에서는. 법과 모순된 시행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조태임 >그래서 오늘 따져볼 내용은 우리 '건축법에는 반지하를 주거공간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거로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이 아닙니다.

◇ 조태임 > 그럼 건축법상 반지하를 허용하고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현재 시행 중인 건축법에는 '반지하'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2조에 "지하층이란 건축물의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서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인 것을 말한다"는 정의가 있습니다.

또 건축법에는 "방재지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등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에 대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자체장이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 말고는 지하 또는 반지하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근거 법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태임 > 그러면 지금 현재 법 규정 하에서 불법은 아닌 거네요?
 
◆ 선정수 >  현재 건축법상 반지하를 허용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한번 살펴봤는데요.  우리나라는 1962년에 일제시대 제정된 조선시가지계획령을 폐지하고 건축법을 시행합니다. 이때 정한 건축법을 보면 "주택의 거실은 지층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문이 있습니다.

지층은 "바닥이 지표 이하에 있는 것으로서 바닥으로부터 지표까지의 높이가 그 층의 천정의 높이의 3분의 1이상인 것"으로 정의됐고요.

사실상 지하 또는 반지하 형태로 거주 공간을 만들 수 없도록 한 규정이죠. 1962년 제정된 건축법을 근거로 반지하가 불법이라고 한다면 맞는 얘기입니다.
 
◇ 조태임 > 과거에는 지하에 거주하면 안되는 거였네요. 그럼 이후에 법이 바뀐 건가요?
 
◆ 선정수 > 네. 1975년 12월 "주택의 거실을 지표면 이하에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로 해당 규정을 개정했죠.

1982년에는 아예 금지조항 자체가 삭제됩니다. 1970년대에 지하층은 유사시 대피소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건축됐는데요.

이후 지하층 설치 기준이 완화되고 도시화로 인한 주택난 해소 등을 위해 주거용도로 이용된 겁니다. 이후에는 계속적으로 도시 지역,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반지하방을 찾은 거죠.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조태임 > 조금 의아한 게,  오히려 예전에 우리 사회가 열악했을 때 반지하를 허용하고 사회가 발달하면서 반지하를 금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하는 것과 반대였네요. 그 이유가 도시의 주거 해결 문제 때문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1990년대 후반 홍수 피해가 반지하 공간에 집중되면서 1999년부터 반지하 주택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개발업자와 건축사 등의 집단 민원이 발생하면서 흐지부지 됐고요.
 
2010년에 태풍 곤파스로 서울 지역 반지하 공간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서울시는 상습침수지역 등에 반지하 건축을 허가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2012년엔 건축법 개정으로 방재지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등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반지하 주거용 공간을 건축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반영했습니다.
 
◇ 조태임 > 상습침수지역 또는 우려지역에 대해 '반지하 건축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부분도 강제조항은 아닌 것이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집중호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번에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제 침수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이런 피해는 또 반복될 수 있을거 같아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집중호우 빈도가 잦아지고 강수량도 늘어날 거라고 보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통계를 살펴보면 현재 주택 위치 항목에 '반지하'라고 답한 비율은 1.4%에 이른다. 지하는 0.2%, 옥상(옥탑)은 0.1%로 집계된다. 2020년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하 또는 반지하에 32만7320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 20만849가구(61.4%), 경기 8만8936가구(27.2%), 인천 2만4207가구(7.4%) 분포하고 있습니다.
 
◇ 조태임 >  서울 등 수도권이 96%를 차지하는군요.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반지하 수요도 늘어난 것 같네요?
 
◆ 선정수 > 국회입법조사처는 "도시화로 인한 수도권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주택 부족 문제를 야기했고, 단독주택의 보일러실 및 대피소 등으로 이용되었던 (반)지하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수도권 지역에 (반)지하 주거가 다수 분포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반)지하에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렴한 보증금 및 임대료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조태임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 좋은 입지에 주거 비용이 적게 드니까, 반지하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  선정수: 혹시 반지하 오래 살면 병 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는지요? 반지하를 포함한 지하 주택은 여러모로 사람이 살기엔 부적합합니다. 일단 채광과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퀴퀴한 냄새도 나고요. 창문이 지표면과 맞닿아 있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행인과 차량이 통행하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 피해에 노출되는 정도가 큽니다. 사생활 침해와 범죄 발생 우려도 크죠.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인 발암 물질 라돈의 피해도 지상층보다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창문이 방바닥보다 한참 높게 설치돼 있기 때문에 바닥 쪽으로 가라앉은 라돈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이유들로 주거권 단체 등은 지하 거주공간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서울세입자협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숨진 반지하 주택 거주 발달장애 가족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세입자협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숨진 반지하 주택 거주 발달장애 가족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태임>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정책을 내놨어요.
 
◆ 선정수 > 서울시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지하 주택을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기존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추진해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나간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며, 이 경우 건축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한다고 합니다.
 
◇  조태임 > 그런데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가난한 동네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게 반지하인데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겠냐 이런 이야기인데요.
 
◆ 선정수 > 네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지금 반지하에 살고 있는 분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을 가려면 추가 부담이 필요한데요. 이걸 누가 내겠냐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수많은 재개발 재건축의 역사를 보면 가난한 세입자들은 계속 외곽으로 밀려났습니다.  2010년 이후 재개발을 통해 반지하를 없앴더니 고시원 거주자들이 늘었다는 결과도 나와있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가 빈곤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돈을 낼 준비가 돼 있냐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 조태임 > 세입자들도 우려가 크지만 세를 주고 있는 집주인들도 걱정이 큰 것 같아요. 임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은 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반지하 포함 3층 짜리 다가구 주택을 보유하고 한 층에서 살면서 세를 놓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반지하를 거주 공간에서 제외한다고 했을 때 이 분들 입장에선 생계비가 줄어드는 거란 말이죠. 그럼 줄어드는 생계비를 지자체 또는 정부가 보전해 줄거냐 이런 문제 제기도 할 수 있는 거죠.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조태임 > 반지하가 침수 위험도 있고 건강에도 안좋으니 없애자. 이렇게 단순하게 결론낼 수 있는 것도 아니네요.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오세훈 시장은 굉장히 단호하게 말을 했는데요. 실현 가능성 어떻게 보시나요?
 
◆ 선정수 >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 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태껏 몇 차례 반지하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론화 됐었습니다. 2010년 태풍 볼라벤,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등을 계기로 반지하 신축 금지, 주거상향 정책 추진 등 대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흐지부지 됐지요.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빈곤층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반지하 거주자들을 도시에서 밀어내고, 고시원으로 밀어 넣거나 넉넉잖은 집주인들의 생계비를 반토막내는 일은 피해야겠죠. 정교한 정책 설계와 추진이 필요해 보입니다.
 
◇ 조태임 > 반지하 라는 말이 banjiha라고 영문으로 표기돼 외신에 보도가 됐다고 하잖아요.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면서 현실은 더 처참했다 이렇게 보도가 됐다고 하는데 늘 인명 피해가 있고 난 뒤에 늦게 깨닫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취약 계층의 주거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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