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얼짱 여중생들 '실종' 아닌 '가출'로…"경찰 너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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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22년째 미궁 속 실종 사건 집중조명
'단순 가출' 당시 미흡했던 경찰 수사 지적
전화·메신저 통한 여중생들 구조신호 외면
"경찰 수사력, 강력범죄에 집중된 탓" 진단

SBS 제공SBS 제공지난 2001년 발생한 이른바 대구 '얼짱' 여중생들 실종 사건을 22년째 미궁에 빠지도록 만든 핵심 요인으로 당시 미흡했던 경찰 수사가 지목됐다.

해당 사건을 다룬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3일자 방송에 출연한, 실종 여중생 가운데 한 명인 민경미양 어머니는 "그때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더니) 경찰이 만 15세인가 이러면 아동이 아니기 때문에 실종 신고 자체가 안 된다 하더라"며 "그냥 가출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하더라. 가출로 이렇게 (신고)하고 그냥 가라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 2001년 12월 7일 자정 무렵 갑자기 사라진 열여섯 동갑내기 중학교 3학년 김기민양과 민경미양 실종 사건에 대해 경찰이 단순 가출로 판단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탓에 친구들은 직접 두 사람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민양 친구 윤미진(가명)씨는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날 바로 다들 모여서 전단지를 만들었다"며 "같이 놀던 친구들이랑 시내에, 그때 갤리러존이 있었는데 그 부근에 (전단지를) 다 뿌리고 다녔다"고 회고했다.

민양 어머니는 "나는 지금도 경찰이 너무 원망스럽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수사)했으면…. 그때는 실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잖나. 그러고는 세월이 지나니까 그냥…"이라고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았다.

'그알'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 역시 "게다가 두 사람이 실종됐던 날 대구 한 총포사 주인이 살해돼 총기가 분실되고, 3일 뒤 은행강도 사건도 일어나는 등 대구 지역에서 연이어 강력 범죄가 발생하자 경찰 수사력이 그쪽으로 집중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양과 민양으로부터 구조 신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종 보름이 지났을 무렵 김양 어머니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김양이 다급하게 "엄마, 나 좀 살려줘! 살려줘!" "지금 부산역에 있다"고 말한 뒤 통화가 끊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바로 부산역에 가봤지만, 끝내 김양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듬해 3월쯤에는 민양이 메신저에 접속해 한 친구에게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 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는 바로 대화방을 나갔다고 한다.

이 사건을 넘겨 받은 대구경찰청 미제팀 측은 이날 방송에서 김양 구조 전화와 관련해 "과거 수사 여부를 다각도로 확인해 봤는데 위와 같은 제보 내용이 신고되거나, 어떤 진술을 받아서 (수사가) 진행된 것은 일단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파출소에 얘기했는데 파출소는 진지하게 이것을 (범죄 피해와) 연결지어서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나'라는 '그알' 제작진 물음에는 "현재로서는 다 추측인 부분이라서…"라며 말을 아꼈다.

민양의 메신저를 통한 구조 요청에 대해서도 "어떤 친구가 민양이 메신저에 접속된 것을 봤다라는 정도의, 자세하지 않은 내용은 (기록)돼 있는데, 더 구체적인 그런 내용(IP 추적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진 바가 없었다"며 "그 이후로는 메신저에 관련된 접속이라든지 그런 기록은 자료가 없어서 확인을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 김상중은 "혹시라도 두 사람이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지금까지 한순간도 변함 없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22년 전 그때처럼 다시 한 번 더, 꼭 용기를 내 구조 신호를 보내 주기를 바란다"며 "과거 구조 신호는 안타깝게 놓쳐 버렸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당신들의 구조 신호에 우리가 응답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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