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포옹하는 메가(오른쪽). 한국배구연맹여자배구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이 안방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일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관장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5전 3선승제)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2(21-25 34-36 25-22 25-19 15-11)로 제압했다. 1, 2세트를 먼저 내줬으나, 3~5세트를 내리 따낸 짜릿한 리버스 스윕 승리다.
앞서 원정으로 치러진 1, 2차전에서 모두 지면서 궁지에 몰렸던 정관장은 이날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챔프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기세가 바짝 올랐다.
경기 후 고 감독은 "V-리그 역사에 남을 감동적인 경기라 생각한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그는 "(선수들이) 정상적인 몸 상태면 감동이라 표현하지 못할 텐데, 챔피언 세트를 내주고 리버스 스윕으로 이겼다"면서 "부상이 있는 선수들이 만든 명경기였다.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준 탓이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었을 터. 고 감독은 "한 세트만 따자고 했다. 이후 점수가 벌어지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플레이오프(PO)까지 치르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다. 세터 염혜선은 무릎 쪽에 통증이 있고, 리베로 노란은 허리 상태가 좋지 않다.
고 감독은 염혜선의 몸 상태에 대해 "움직임을 봐도 못 뛰는 게 보인다. 경기 중 통증을 호소해 부심과 한참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노란에 대해서는 "정신력이 대단하다. 무남독녀 외동딸인데 아버지가 운동을 하셨어서 독하게 잘 키우신 것 같다"면서 "아픈데도 뛰겠다고 하더라. 정신력과 투지 있는 선수를 만난 나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고희진 감독과 메가. 한국배구연맹주포 메가도 지친 상태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투혼을 발휘했다.
고 감독은 "(메가는) 무릎이 안 좋다. 그런데 남자친구 이름을 얘기하면서 '한 경기만 보고 가면 아쉽지 않겠나"라고 했더니 살아나더라.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며 껄껄 웃었다.
이어 "메가도 사람이니까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신력이 대단하다"면서 "이런 선수를 언제 만나 보겠나"라며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