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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에 '촬영감독'이라니…'미스터 로봇' 감독 "낯설지만 익숙한"[엔딩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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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하> 연출 편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이대희 감독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이대희 감독 제공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에는 한 편의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달려온 다양한 영화인들과 영화에 숨겨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달리는 캐릭터를 따라 카메라도 같이 달리며 흔들린다. 캐릭터가 물에 빠지는 순간, 수면이 요동치며 물방울이 한껏 카메라에 튄다. 긴장 가득한 순간, 인물의 얼굴 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클로즈업 된다.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의 탈을 썼다. 분명 애니메이션이지만, 촬영부터 연기까지 '실사'의 냄새가 가득하다. '미스터 로봇'을 보는 순간, 마치 누군가가 애니메이션 세계로 들어가 그들에게 연기를 디렉팅하고, 동선을 짜고, 조명을 조정하며 촬영해 스크린에 옮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처럼." 바로 이대희 감독이 의도한 것이고, 애초부터 '미스터 로봇'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다. 참고한 영화조차 애니메이션이 아닌 '조커'나 '존 윅' 같은 범죄 스릴러나 액션 블록버스터였다.
 
애니지만 실사처럼, 묵직한 범죄물이나 액션물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 애니메이션 스태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없던 '촬영 감독'이란 직책도 만들었다. 이대희 감독은 왜 이렇게 '미스터 로봇'에 실사 영화적 특성을 부여하고자 했던 걸까.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 

'조커' '존 윅' 같은 애니메이션 만들기


 ▷ '미스터 로봇'을 보면서 '실사영화' 같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 중 하나는 '촬영'이다. 카메라 워크나 숏 등을 보면 실제 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핸드헬드(카메라 혹은 조명 장치 등을 손으로 드는 것)는 신선하기까지 했다.
 
이대희 감독(이하 이대희)>
보시는 분들이 낯설 거다. 생긴 것 자체는 애니 캐릭터인데, 촬영 방식과 연기는 실제 영화랑 똑같이 구현하려 했다. 사실 인물이 가짜, 즉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외에 영화를 둘러싼 요소들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것들일 거다. 촬영 감독과 같이 캐릭터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직접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나길 바랐고,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는 영화에서 실제 쓰는 것처럼 화면 밖 요소들은 실제와 똑같이 구현하려 노력했다. 지미집(크레인 같은 구조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래에서 리모컨으로 촬영을 조정하는 무인 카메라 크레인)도 사용하고, 앞에서 피나 물 등 액체가 튀면 카메라에 튄다거나, 캐릭터들이 앞에서 넘어지면 촬영 감독도 흔들리는 느낌을 살렸다. 실제로 찍고 있다는 촬영 감독의 연기도 많이 들어갔다.
 
▷ 그러고 보니 또 하나 신기한 게 엔딩크레딧에 '촬영 감독'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었다.
 
이대희>
기존 애니메이션 크레딧을 보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촬영 부분이 없다. 보통 레이아웃 아티스트라고 한다. 우라나라에서는 애니메이터가 레이아웃도 잡는다. 그래서 촬영 담당 포지션이 없는데, 이 영화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레이아웃하는 분을 '촬영 감독'으로 해버렸다.(웃음) 그렇게 조명부터 촬영 위치, 어떤 느낌으로 피사체를 담겠다는 계산을 총괄적으로 다 콘트롤 해서 정말 촬영 감독 역할을 했다. 촬영 감독이 내 의도를 잘 구현해 줬다. 그래서 애니인데 영화 본 것 같은 느낌이 날 거다.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 
▷ 실사처럼 촬영하려면 영화들도 많이 보면서 공부해야 했을 것 같다.
 
이대희>
엄청 많이 봤다. 할리우드나 유명한 촬영 감독들은 어떻게 앵글을 잡을지 맨날 찾아봤다. 왜냐하면 컴퓨터 그래픽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가짜 같다. 실제로 찍을 수 없는 위치에 카메라를 놓을 수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왠지 가짜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실제 촬영할 수 있는 위치에 카메라를 두는 등의 작업도 굉장히 많이 했다. 사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부분이다.
 
▷ 기술적인 문제때문인 건가?
 
이대희>
물량이 많이 들어가고 기술적으로도 하기 힘든 거다. 예전에는 '마야'(Maya·오토데스크에서 개발한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를 사용했는데, 조명을 한 번 정하면 끝이다. 마야는 한 번 정하면 수정할 수 없어서 디테일 표현이 어렵다. 반면 언리얼 엔진은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3초 후면 결과물이 나와서 조명 위치를 다시 바꾸자고 해볼 수 있는 거다.
 
302플래닛(*참고: '극장판 뽀로로 공룡섬 대모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 등 3D 애니메이션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이형신 대표님이 기존 작업자들이 편하게 언리얼 엔진을 쓸 수 있게 프로그램을 확 바꿨다. 기존에 사용하던 마야와 연동해 한 시스템으로 작업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줬다. 이 대표님이 '미스터 로봇' 제작의 장을 마련해 덕분에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 

이대희 감독의 극장판 오리지널 애니는 계속된다

 
▷ 실사 영화에 비해 애니메이션 시장, 특히 국내 오리지널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험지'다. 우문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극장용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길을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대희> 
개인적인 이유인데, 사실 재밌어서 하는 거다. 그걸 떠나서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내 영화 시장에서도 미국이나 일본 애니가 개봉하면 500만명을 넘기도 한다. 어린이, 유아동 애니는 시장이 정해져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성인 관객이 다 공감하고 봐야 한다. 그런 부분이 성취되면,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무엇보다 난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하는 거다. 세상에 없던 캐릭터가 살아서 움직이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두근두근'한다.(웃음) 그게 애니메이션을 하는 이유다. 애니메이션을 하려다 보면 연출도 필요하고 시나리오도 필요한데, 그걸 다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했을 때 결국 그게 신기해서 시작한 거다. 초심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걸 놓치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없다.
 
그걸 하려면 극장용이어야 한다. 세심한 연기가 들어가야 만족이 되는데, TV시리즈는 빨리 완성해야 해서 시간적으로 디테일을 넣기가 힘들다. 그래서 정말 개인적인 욕심을 똘똘 뭉쳐서 극장용 애니를 하는 거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재밌는 걸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난 이 일을 하는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족도가 높고 행복하다.(웃음)
 
▷ 실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극장판 애니'라고 하면 유아동용이라거나 미국과 일본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을 넘어서는 것이 과제인 듯하다.
 
이대희>
사실 그런 작품이 아직 많이 안 나오긴 했지만, 한국 영화가 성장했듯이 애니도 충분히 재밌으면 관객들이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술력 부분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스튜디오도 그동안 유아동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쌓아온 게 있다. 조약돌이 쌓여 수면 위로 올라오듯이 드러날 거다. 얼마 전 '퇴마록'이 잘 나온 것처럼, 성인 타깃의 국산 애니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차기작은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
 
이대희>
조선시대 사극 SF 액션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에이리언 같은 존재가 나타나 가족을 잡아가자 16살 소녀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활을 쏘는 소녀다. 그리고 배경은 지리산이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웃음)
 
▷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들을 위해 '미스터 로봇'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홍보해 달라.
 
이대희>
타격감과 스케일감 있는 액션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맥스와 나나의 꽁냥꽁냥 케미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로봇이 유아용 애니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스태프 중에 공학도가 많아서 메카닉 디자인이 훨씬 사실적이다. 메카닉 하는 분들이 그런 부분을 중요시하더라. 리깅(Rigging·모델링 작업 이후 캐릭터 혹은 부품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뼈를 심고 애니메이션을 제어하는 작업)이라고 하는데, 건담 관절의 움직임이 실제 가능한지 아닌지 따진다. 단순하게 생긴 관절도 실제 현실에서 만들어질 수 있게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디테일 역시 재미 요소다.
 
<'부록-캐릭터 설정집'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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