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2조 달러 가까이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러한 투자 약속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최소 1조9천억 달러(약 2800조원)에 달한다.
전임 바이든 정부 임기 시작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표된 91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제조업 투자 계획과 비교하면 두배 넘는 수치다.
굵직한 것만 봐도 일본 소프트뱅크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각각 1천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프랑스 해운기업 CMA CGM도 2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애플은 5천억 달러, 다국적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가 5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 약속의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기업들이 한 것이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국제 무역 전문가인 테레사 포트 미국 다트머스대 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한 피해는 이미 발표한 1조9천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 시스템에 불확실성을 가져옴에 따라 이제 누구도 장기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분명 미국을 투자하기에 덜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집행위원회와 대응 방안을 협의하면서 기업들에는 미국 투자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일본 기업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