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헌법재판관 2인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며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던 한 권한대행이 전례도 없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전격 임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韓 '안가회동' 이완규 지명하며 "마지막 소임"
8일 한 대행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며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전격 지명했다.
한 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로지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고유권한 행사 자제해야한다던 韓의 돌변?
하지만 한 대행은 스스로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 권한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며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불과 3개월 만에 소신이 변모한 것이다.
우선 한 대행의 결정으로 헌재의 보수 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이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헌재 장악 시도"라고 규정한 이유다.
한 대행이 지명한 이 처장은 보수 성향으로, 함 부장판사는 중도로 평가받는다. 한 대행이 이날 함께 임명한 진보 성향의 마은혁 재판관까지 9인 체제로 합류할 경우 헌재의 중도‧보수와 진보 구도는 기존 5대 3에서 7대 2로 바뀐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차기 정부의 헌법기관 구성권과 임명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놓겠다는 욕심도 있고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월권 논란과 더불어 후보자의 자격에 대한 비판도 들끓는다. 검사 출신인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총장 징계 취소소송을 맡은 바 있다. 특히 12·3 불법계엄 하루 뒤 윤 전 대통령과 안가 회동을 한 4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尹과 교감 없었나…'한덕수 대망론'에 힘?
연합뉴스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대행의 인사권 행사가 윤 전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남동에서 버티고 있는 윤석열의 오더(민주당 윤건영 의원)", "윤 전 대통령과 내통하는 것이 아닌지 수사를 통해 밝혀봐야 한다(민주당 서영교 의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행의 후임 헌법재판관 지명이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한덕수 대망론'도 주목받고 있다. 한 대행이 50년이 넘는 경험을 쌓은 정통 관료라는 점에서 그의 출마 가능성은 계속 거론돼왔다.
다만 한 대행은 이날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디귿(ㄷ)자도 꺼내지 말라"며 출마설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