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일은 무슨 말 할지 몰라"…산업계, 불안감 속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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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 국가 상호관세 90일 유예했지만 자동차 등 품목별 과세는 유지
산업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모든 시나리오 검토"
"트럼프 내일은 어떻게 나올지 몰라"…어로케이션 등 미세 조정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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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다시 입장을 바꿀지 예상하기 어렵고, 고환율로 인한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은 여전한만큼 기업들은 불안감 속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상호관세 유예에 "급한 불은 껐지만 한 치 앞 안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리며,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정면 대응 입장을 밝힌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04%에서 21%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대신 한국 등 70여개국에 대해서는 90일간 관세율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다만 철강과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과세는 유지된다.

상호관세 유예 소식에 국내 산업계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앞서 미국 정부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한 △캄보디아(49%) △베트남(46%) △태국(36%)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문제는 국내 기업 중 다수가 낮은 인건비를 이용해 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구축한 생산기지로 이들 국가를 선택했다는 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시간 만에 돌변하면서 국내 산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언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입장을 바꿀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급한 불은 껐지만 90일 유예도 언제 손바닥 뒤집듯 뒤집힐 지 모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내일 무슨 말을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韓기업들, 생산지 재조정·현지생산 증대 만지작…인프라 구축은 후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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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유예로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지만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심화되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행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미세조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세계 곳곳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을 덜 받는 생산지에서 생산을 확대하거나 미국 현지 생산 증대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진행한 2025년 신제품 설명회에서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전 세계 10개 생산 거점이 있다"며 "관세에 따라 얼로케이션(생산량 할당)을 통해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조주완 CEO(최고경영자)도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플레이북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으로부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마지막 방안으로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오븐 등을 다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를 다 준비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재검토 입장을 밝힌 직후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USMCA 적용 상품에 대해선) 여전히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역별 생산량 재조정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때 그나마 가능한 선택지는 생산량 재조정이나 미국 현지 생산시설 증대"라며 "대부분 기업이 이후 필요시 생산시설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때문에 여력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이는 '마지막 선택지'로 고려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은 미국 투자를 검토해오다가 그 시점이나 규모를 최근에 확정해서 발표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위협으로 검토퇴지 않았던 미국 현지 투자를 지금부터 검토하기 시작한다고 해도 2기 행정부가 끝날 무렵에야 준공을 할 수 있는데, 그 다음은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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