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강조했다. 당에서는 '윤석열 지우기'로 방향을 틀며 '보수 빅텐트론'에 힘을 싣고 있다.
계엄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 있는 한 대행에게 '윤석열'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기 때문에 당에서 한 대행 출마에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덕수, 보수 진영 내 1위 굳건…안철수마저 "韓과 단일화"
연합뉴스
27일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자 가상대결'에서 한 대행이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차이가 가장 적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고정하고, 국민의힘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와 한 대행을 각각 넣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란 질문에 '이재명(47.2%) - 김문수(19.3%) - 이준석(4.4%)', '이재명(47.1%) - 안철수(6.4%) - 이준석(4.5%)', '이재명(47.1%) - 한동훈(13.2%) - 이준석(4.2%)', '이재명(46.4%) - 홍준표(21.7%) - 이준석(4.3%)', '이재명(47.0%) - 한덕수(27.7%) - 이준석(5.2%)'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여론은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당 후보들보다는 한 대행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본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후보들도 "한 대행과 단일화를 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껏 한 대행 출마에 반대하던 안철수 후보마저도 '단일화'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날 안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당에서 결정된 후보와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뽑아야 한다. 무소속이라고 할지라도 그 소속과 상관없이 함께 경선을 치를 수 있다"면서 "이재명 후보와 대결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방법으로 뽑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덕수 최대 약점 '윤석열'…'尹지우기' 나선 국힘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지금껏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덕수 대망론'이 언급된 배경에는 '통상 전문가로서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라는 시대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과 '호남 지지율'이 존재했다. 이에 한 대행을 중심으로 한 '반명(反이재명) 빅텐트'를 치자는 구상이 제기됐다.
여기에 한 대행이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에 비해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다른 후보들은 탄찬(탄핵 찬성)과 탄반(탄핵 반대)으로 강하게 나뉘면서 누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통합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더군다나 한 대행은 민주당으로부터 직접 탄핵을 당하는 등 '탄핵 피해자'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윤석열'의 존재는 한 대행의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유일 총리인 데다가, 지난해 12월 3일 밤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등 내란 사태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본인은 해당 회의를 국무회의로 인정하지 않고, 계엄에 끝까지 반대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눈높이와는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국민의힘에서 뒤늦게 '윤석열 지우기'에 나선 배경을 두고 한 대행의 출마를 지원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당의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비상계엄 사태에 사죄하고 윤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에 "전반적으로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기도 했다.
특히 지도부는 최근 '대사면령'을 내리면서 복당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지난 총선 당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른바 '윤석열 1호 참모'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복당계를 내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밖에서 윤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이들을 당으로 불러들여 대선 전까지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윤석열 지우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대행 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덕수 대망론'의 또 다른 축인 '호남 지지율' 측면에서 '반명 빅텐트'에 참여해 한 대행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민주당 내 이른바 '호남 반명계' 인사들이 국민의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속 언급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尹 그림자' 숙제…민주 "윤석열 시즌2"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선고. 류영주 기자
다만 한 대행과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뒤늦게 '윤석열 지우기'에 나선다고 한들 의도대로 되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한 대행은 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로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한 대행에 러브콜 보내는 국민의힘, '윤석열 시즌 2'를 꿈꾸나"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폭주의 동조자이자 국정 폭망의 책임자인 한 대행을 끌어안겠다는 비상식적 발상으로 국민을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부끄러움도 없는 대권 행보로 국민을 조롱하는 한 대행의 입만 바라보느라 정작 국민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가"라며 "대한민국을 망친 '내란 세력'들을 품으며 '내란의 늪'으로 국민을 끌어들이려는 국민의힘의 모습이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박경미 대변인도 "한덕수 내란대행의 대망론(大望論)이 아니라 대망론(大亡論)"이라며 "한 대행이 오욕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 2인자로, 윤석열 정부 내내 내란수괴와 궤를 함께 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 대행의 출마가 곧 윤석열의 재출마라는 판단도 일찌감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된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ARS) 100%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국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RDD)가 아닌, 통신사 제공 가상(안심)번호를 활용했다. 응답률은 7.0%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표본은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