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당일 '쪽방촌' 간 한덕수, 오세훈과 순대국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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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명분 내세운 '국민통합'·'약자동행' 부각

돈의동 쪽방촌 시설 방문 후 '동행식당' 오찬
한덕수 "서울시 정책, 공약에 포함해도 되나"
오세훈 "물론이다…선점하는 게 임자" 화답
이어 광주行 버스 오른 韓…5·18 묘지 참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의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의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국회 기자회견 뒤 현충원을 거쳐 찾은 곳은 서울 도심의 '쪽방촌'이었다. 출마의 변(辯)에서 '국민 통합'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정파성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 이미지와 함께 '약자동행'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낮 12시 반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주민공동시설인 '새뜰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자리에는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 슬로건으로 삼아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함께했다. 
 
흰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한 전 총리는 오 시장과 새뜰집 5층에 위치한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를 돌아보고, 쪽방촌 주민들의 구강 건강을 살펴 온 센터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다. 진료팀장은 스케일링과 더불어 틀니·임플란트·보철진료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오 시장이 너무 좋은 일을 하고 계신다"며 지난 2023년 오 시장의 도움으로, 이른 새벽 청소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운행시간을 15분 앞당긴 미담도 소환했다. 
 
그는 "재작년 1월 2일 상계동에서 서초동까지 가는 146번 버스가 있었다"며 "대개 (오전) 4시쯤 출발을 하는 버스인데 (승객인) 건물에서 청소하는 분들이 '15분만 빨리 떠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오 시장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들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인근 순댓국집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해당 식당은 쪽방촌 주민이 하루 한 끼 원하는 메뉴를 골라 식사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정, 지원하는 '동행식당'이다.
 
오 시장은 "옛날에는 서울역 앞에 가면 쭉 배식을 했는데 지금은 안 한다. (대신) 쪽방촌 열댓군데씩 계약해서 본인들이 가고 싶은 식당 메뉴를 지원하는데 그 효과가 크다"며 "생의 의욕이 생겨 (새로운) 전기가 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행식당들이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노숙인도 자연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중앙정부가 복지제도를 바꿔야 하는 방향을 서울시가 먼저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장님께서 내세운 약자동행·다시성장 대책들을 저희가 대폭 (공약에) 좀 포함시켜도 되겠나"라고 물었고 오 시장은 "물론이다"라고 화답했다.
 
앞서 구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혔으나,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오 시장은 "제가 출마는 못하지만 제가 준비한 정책은 출마시키겠다"고 했다. 또 "어떤 후보라도, 서울시가 시행해온 정책들의 상세내용을 필요로 한다면 여야 구분 없이 오픈해서 다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선점하는 게 임자"라며 웃었다.
 
오 시장과의 환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한 전 총리는 "복지정책의 기본은 어려운 분들께 지원을 해주되 지원을 받는 분들이 자신의 선호에 따라 선택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편적 지원'보다는 맞춤형 '선별 지원'이 바람직한 복지정책의 방향성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시범사업 등 서울시가 해온 많은 정책들이 보수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약자동행 정책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서울시가 개발한 많은 정책을 저의 정책으로 검토하고 좋은 것은 과감하게 집행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돈의동 쪽방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회동 뒤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돈의동 쪽방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회동 뒤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쪽방촌 일정 이후에는 5·18 묘지 참배 등을 위해 광주행 버스에 올랐다. 한 전 총리는 출마 첫날 호남행(行)을 결심한 이유로도 '통합'과 '상생'을 들었다.
 
한 전 총리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두고 "자신의 하고 싶은 것만 좇고, 남의 얘기는 안 듣는 확증편향, 반(反)지성"이 횡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5·18(광주 민주화 운동)이 국민 통합 등에 대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본다"며 "이분들이 가졌던 여러 마음의 응어리 등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에 앞서 방문한 국립현충원에서 고(故) 김영삼·박정희·김대중·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대한민국이 갈등과 혼란을 넘어 앞으로,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한덕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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