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덕수에서 다시 김문수로 확정되면서 교체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내부 분열은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다시 김문수로 확정되면서 교체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내부 분열은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친한동훈계 의원들인 조경태, 정연욱, 정성국 등은 당 지도부의 '기습 교체' 시도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월권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며 총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김문수 캠프에 몸담았던 박수영, 김미애, 조승환 의원 등은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며, 단일화 국면에서는 단식이나 강경 발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교체가 현실화된 시점에는 침묵을 택해 계파 간 대응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당원투표로 김문수 복귀… 사퇴한 지도부, 부산 친한계는 '정면 충돌'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진행한 전당원 투표 결과 김문수 후보를 다시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지도부가 추진한 한덕수 후보로의 교체 시도는 무산됐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친한계 의원들의 반발은 이미 그 전부터 거세게 터져 나왔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부산 조경태(사하을) 의원이 지난 10일 한덕수 후보로의 기습 교체에 대해 당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경태(사하을), 정연욱(수영), 정성국(부산진갑) 의원은 지난 10일 공동 성명을 통해 "지도부가 새벽에 후보를 몰래 교체한 것은 전례 없는 월권 행위"라며 "당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연욱 "자유민주주의 훼손"… 정성국 "강제로 식구 되고 싶지 않아"
개별 입장도 직설적이었다.
정연욱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내부 절차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고, 정성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덕수 후보님, 저는 당신 뜻대로 강제로 식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들은 모두 한동훈 전 대표 시절 핵심 라인으로 분류되며, 최근 당원 가입 독려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박수영·김미애·조승환, 단일화 땐 단식·호소… 교체 사태엔 침묵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박수영(남구), 김미애(해운대을), 조승환(중·영도) 의원은 모두 친윤계로 분류된다. 단일화 추진 당시에는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며 지도부와의 조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미애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미애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참 면목이 없다"며, 다음날 단일화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조승환 의원은 "단일화만이 유일한 승리의 길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수영 의원은 "밤을 꼬박 새우고 목이 쉴 정도로 (김문수 후보를) 설득했다"며 고군분투 과정을 전하며, 페이스북에 "김문수도 안 되고, 한덕수도 안 된다. 김덕수만 된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이뤄진 후보 교체 강행에 대해선 세 의원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단일화 실패는 후보 책임, 교체 실패는 지도부 책임이라는 이중 프레임 아래 책임 회피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계파별 대응 시점 '엇박자'… 향후 당권 구도에 영향
이번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계파별 발언의 '시점 차'였다. 단일화 국면에서는 친윤계 인사들이 앞장서 김문수 후보를 압박하고 지도부에 힘을 실었지만, 교체 강행이 당원 반발에 부딪히자 공개 발언을 자제했다.
사진은 지나 3일 김문수 후보를 국민의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과 김문수. 지난 9일 한덕수후보로의 기습교체에 친한동훈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지도부 사퇴 촉구 여론이 펼쳐졌다. 윤창원 기자
반면, 친한계 인사들은 교체 시점부터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당원 여론과 절차적 정당성에 호소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주도했고, 여론의 흐름을 선점하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이는 향후 당권 경쟁이나 총선 공천 국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문수 체제 출범했지만… 남은 건 상처와 불신
김문수 후보 체제로 대선을 치르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 불신, 계파 갈등, 지도부에 대한 신뢰 추락은 그대로 남았다.
당원 기반 민심과 정당 운영의 괴리, 특정 계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선거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후보 교체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힘의 당내 권력구도 재편과 향후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