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유엔이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중국인 혐오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내용의 공식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대선국면에서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전략의 일부로 반중정서를 부채질하며 유엔의 경고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유엔 산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증오 발언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13일 공개했다. 한국이 위원회로부터 국가보고서 심의를 받은 것은 2018년 12월 이후 7년 만이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주민, 망명 신청자·난민, 중국계 사람들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재차 표명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인종차별적 혐오발언과 증오범죄를 범죄화하는 포괄적 법안 채택과 함께 '정치인·공인의 혐오 발언에 대한 규탄·조사·처벌'을 권고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 회의. 연합뉴스공교롭게도 유엔이 한국사회에 중국인 혐오를 경고한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셰셰(謝謝·감사합니다)' 발언이 다시 도마에 오르며 정치권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 잘 지내면 되지, 그게 잘못됐나"라고 말했다. 앞서도 그는 지난해 총선 유세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를 비판하며 "왜 중국에 집적거리느나. 그냥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해 대중 굴종외교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즉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토로인가. 아니면 중국 눈치 보기인가"라며 맹비난을 이어갔다. 그간 기존 여권은 간첩법 개정, 서해 구조물 등 중국과 관련한 외교사항이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은 유독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친중 굴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중국이 대한민국을 가벼이 보는 것" 등의 공세를 취해왔다.
이 후보의 친중 프레임을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유엔이 지적하듯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우려 수준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편가르기가 지지자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긴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4월 서울 광진구 양꼬치골목에서는 반중시위를 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인 점원과 몸싸움을 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 2일에는 서울대 내 '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 폐쇄를 요구하며 삼단봉을 휘두르며 난동을 피운 남성이 구속 송치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은 극우의 생존전략"이라며 "외교적 문제해결엔 도움이 안 되는 남 탓하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