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10대 공약'에서 '여성·성평등'이 사라졌다[오목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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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여성 후보 없는 대선이 열리게 된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10대 공약'에서도 '여성'과 '성평등' 정책이 사라졌습니다.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됐지만, 여성과 성평등 의제를 찾아볼 수 없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18년 만에 여성 후보 없는 대선이 열리게 된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10대 공약'에서도 '여성'과 '성평등' 정책이 사라졌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후보자 공약을 보면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상별 공약에 '여성' 분야를 따로 만들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 기구 전국 확대, 데이트폭력 처벌법 제정, 성평등 고용임금 공시제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성평등 관련 공약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대 대선 10대 공약 중 여성 관련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3순위 '경제·산업' 부문에서 '경찰청 연계 안심콜 의무화로 여성 소상공인 안전 강화'하겠다는 내용과 5순위 '사법·행정·보건의료' 부문에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 7순위 '교육·경제·복지'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정도다.

여성 공약의 축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여성 범죄 대응책을 중심으로 한 '여성 정책공약 패키지'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현재 준비 중인 대선 공약집 중 여성 공약만 추려내 패키지 형식으로 묶어 발표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류영주, 윤창원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류영주, 윤창원 기자
보수 진영 후보들의 여성·성평등 정책은 오히려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희망복무제를 통해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임신부터 육아까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및 관련 업무 복지부와 내무부(행정안전부)로 이관을 내세웠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당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두고 이른바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젠더 갈등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저 권영국은 페미니스트"라며 여성 의제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에 나섰다.
 
권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및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디지털성폭력 관련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수사 협력 강제조항 삽입 △비동의 강간죄 도입 △안전한 임신 중단과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법 도입 △'비혼출산지원법' 도입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등을 10대 공약에 포함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연합뉴스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연합뉴스

2030 여성들, 계엄 맞서 광장 나왔지만 젠더 이슈 '실종'


윤석열 정부에서 꾸준히 여성·성평등 정책을 퇴보시켜 왔고, 이는 비상계엄 이후 2030 젊은 여성이 광장으로 나오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3일 발표한 논평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의 정치적 폭거에 가장 먼저 치열하게 맞선 시민 세력은 바로 여성이었다"며 "여성 유권자의 표에만 관심이 있고 여성 유권자의 정치적 대의는 외면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30 여성들을 광장으로 이끈 구조적 불평등은 물론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교제 폭력 등 성폭력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 인권은 후퇴를 거듭했다.

실제로 지난달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2022년(66.2점) 대비 0.8점 줄었다. 윤석열 정부 집권 1년 만인 2023년에 사실상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선진국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마저 여성·성평등 공약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사실상 젠더 이슈가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20대 젊은 여성의 지지를 획득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내란 반대, 내란 종식, 내란 청산 이슈에 머무르는 게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있는 거 같다"며 "이런 이유로 민주당 역시 굳이 성평등 이슈, 여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여러 지표를 봤을 때 대한민국에 성평등 정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만큼의 성평등이 이뤄졌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주요 후보들이 당연히 책임 있게 현상 개선을 위한 여러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대안 자체를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통치를 하겠다고 선거 출마한 후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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