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케이타. 김조휘 기자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2021-2022시즌 남자배구 KB손해보험의 준우승에 앞장선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가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현재 이탈리아 리그 마르미 란자 베로나 소속인 케이타는 비시즌마다 아시아 리그에서 활약하며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타르 리그 알 라이얀에서 뛰며 팀의 아시아배구연맹(AV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시즌 종료 후 여행 삼아 한국에 온 케이타는 전 소속팀 KB손보 동료들을 비롯한 지인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KB손보 시절 즐겨 먹었던 한국 음식도 맛보며 모처럼 휴가를 만끽하는 중이다.
지난 25일 수원 팔달구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케이타는 "한국이 그리웠다.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바빠서 오지 못했다"면서 "모처럼 시간이 나서 휴가를 올 수 있게 됐다.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씨익 웃었다.
케이타는 KB손보 입단 첫해인 2020-2021시즌부터 득점 1위(1147점)에 오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득점 1위(1285점), 공격 성공률 1위(55.51%), 서브 1위(0.77개) 등으로 활약, 2년 연속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때 단일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국내 배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종전 기록은 2014-2015시즌 레오(현대캐피탈)의 1282점이다. 케이타는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남자부 정규리그 MVP(최우수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케이타가 이탈리아 무대로 떠나면서 팬들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케이타의 묘기와 같은 플레이와 특유의 세리머니는 배구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탈리아 리그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데뷔 첫해인 2022-2023시즌부터 서브 1위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고, 이후 2024-2025 리그 득점 1위, 2024-2025 이탈리아 컵에서 각각 득점 1위, 서브 1위로 펄펄 날았다.
어느덧 이탈리아 리그 4년 차 시즌을 앞둔 케이타는 "한국과 비교하자면 많은 점이 다르다. 생활적인 면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도 쉬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아시아 리그에서 활약하는 이른바 '단기 알바'를 하며 컨디션을 유지했다. 2023-2024시즌 종료 후에는 인도네시아 리그 자카르타 바양카라 프레시시에서 뛰었다.
케이타는 "신체적 리듬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소속팀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대부분 국가대표에 소집되는데, 나는 국가대표로 뛰지 않기 때문에 3개월의 공백이 생긴다"면서 "공백이 길어지면 차기 시즌 준비 과정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단기 알바' 배경을 밝혔다.
이어 "체력적으로 피곤한 건 있지만, 2년 동안 병행하면서 실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리그 병행은 좋은 경험이 된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여주는 케이타. 김조휘 기자케이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재미난 장면을 포착했다. KB손보 시절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놓은 것.
"KB손보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유지할 것"이라는 케이타의 한 마디에서 친정팀 KB손보를 향한 그리움이 물씬 느껴졌다.
한국을 떠난 뒤에도 KB손보 시절 동료들과 연락하고 지낸다는 케이타는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때 많은 선수들한테 연락이 왔다"면서 "그만큼 나를 기억해 줘서 고맙게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KB손보를 향한 애정이 남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첫 시즌부터 우승을 다짐했는데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나를 많이 믿어주고 신뢰를 줬는데, 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아쉬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KB손보로 돌아와서 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타가 KB손보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21-2022시즌 챔피언 결정 2차전이다. 당시 KB손보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1차전에서 패해 벼랑 끝에 몰린 입장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5전3선승제 챔프전이 3전2선승제로 축소돼 2차전에서 지면 그대로 시즌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케이타는 홈구장인 의정부에서 열린 2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35점에 공격 성공률 58.9%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비록 원정에서 펼쳐진 최종 3차전에서 패해 우승을 놓쳤지만, 케이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당시를 떠올린 케이타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반드시 인천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2차전 승리 후 고개를 들었을 때 경기장이 노랗게 물들어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경기는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인스타그램 상단 고정 게시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 중 하나. 너희 모두를 곧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워 친구들"이라며 당시 KB손보 동료들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끝으로 케이타는 한국 팬들에게 "아직까지도 SNS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곧 팬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다시 느끼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