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180도 전환하면서 이에 따른 첫 업무지시가 무엇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남북간에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역설하듯 거의 모든 관계가 단절됐고 군사적으로는 첨예한 대치 상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추가적 긴장 악화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부터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정부의 제1과제인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도 우선적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취임 선서에선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싸울 필요 없는 평화'의 첫 단추는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이며 그 시작점은 대북전단·오물풍선 살포 중단과 대북·대남 확성기방송 중단이 꼽힌다.
이는 북한의 9·19 파기와 우리 측의 9·19 효력정지 맞불에 이어 대북전단 → 대남풍선 → 대북 확성기 → 대남 소음 방송으로 이어진 악순환 고리를 거꾸로 되짚는 것이다.
9·19 합의는 지구상 최고 중무장 대치 상태인 한반도의 최후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 일변도로 상시적 충돌 위기를 구조화하며 '코리아 리스크'만 키웠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소동으로 남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 이후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북풍공작' 의혹은 풀어야 할 숙제로도 남았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밝은 한 전문가는 지난달 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대북 1호 조치로 9·19 합의 복원,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없는 조기 대선의 여파 등으로 인해 정책 기획과 집행이 일반적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40여분 간 머물렀지만 9.19 합의와 관련한 언급은 일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과 같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전례에 비춰 내각 구성이 빨라야 1~2개월 걸렸던 점도 지연 요인이다. 당시 비교적 지명이 빨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선 12일 뒤 내정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대선 한 달이 넘고서야 내정돼 임명까지는 두 달을 넘겼다.
당분간 기존 정부 각료와의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외교‧국방 현안의 시급성과 중차대함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여당 관계자는 지난 5일 "(따라서) 차관 인사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많지만 이것도 장관 인사와 결부된 측면이 많다"며 "아직까지 별로 결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내각 인선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차근차근 해야 해서"라고 말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임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