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CANSEC 2026' 전시회 내 한화오션 부스에서,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정승균 부사장(왼쪽)이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에게 최신예 잠수함인 KSS-III 모델을 소개하며 그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총사업비만 60조~120조 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6월 말로 다가오면서 '코리아 원팀(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민·관·군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디젤 잠수함 시장의 강자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TKMS)'과의 막판 2파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은 초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등에 업은 독일 측의 우세로 시작됐지만, 한국 정부가 기술 이전, 현지 고용 창출, 그리고 우주·에너지·자원 분야 등에서 적극적 제안을 내놓으며 격차를 좁히고 있는 형국이다.
캐나다 최대 방산 전시회 총출동한 한국 민·관·군
지난달 27일(현지 시간)부터 양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캐나다 최대 방산 전시회 'CANSEC 2026'에서 한국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막판 홍보에 전력을 쏟았다. CANSEC은 매년 28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캐나다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다.
한화오션은 CPSP 입찰에 제안한 'KSS(장보고)-Ⅲ 배치-Ⅱ' 모델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현재 실전 운용 중인 플랫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독일 TKMS가 아직 개념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캐나다 해군이 원하는 '즉시 실전 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 작전이 가능한 무기'를 이미 실물로 완벽히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캐나다 정부가 사업 수주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절충교역(산업 협력) 부분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한화오션은 CANSEC에서 '범캐나다 경제 전략(Pan-Canada Economic Strategy)'을 통해 현재까지 구축한 산업 협력 네트워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소개했다. 회사는 조선, 방산, 자동차, 첨단 제조, 에너지, 우주항공, 인프라, 첨단기술 분야에서 100개 이상의 캐나다 기업 및 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CPSP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현재 구축된 산업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간 2만 2,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약 940억 달러 규모의 GDP 효과를 유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는 그룹 전체가 나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캐나다에 잠수함 도입 시 우주·방산 패키지를 결합하겠다는 카드가 대표적이다. 잠수함 수주와 연계해 한국의 독자적인 '로켓 발사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한화의 국산 명품 장갑차인 '레드백(Redback)'을 캐나다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구체적인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현지 조선업계와 탄탄한 '현지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동맹'을 체결하며 사업 수주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은 지난달 26일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데이비 조선소(Davie Shipbuilding)' 오타와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제임스 데이비스 CEO 등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상선 및 군함 건조 노하우 기술 이전, 수조 원대 규모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 현지 잠수함 운영을 위한 종합 컨설팅을 포함한 초거대 절충교역 패키지를 공식 제안했다.
방위사업청장의 캐나다 방문에 안창호함 현지 입항까지
CPSP 수주 지원을 위해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CANSEC 2026' 전시회 내 한화오션 부스를 찾은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오른쪽)이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정승균 부사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정부와 군 역시 수주전 지원에 총력전이다.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무적·외교적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CANSEC 기간에 맞춰 캐나다를 방문하며 최전선에 섰다. 이 청장은 캐나다 국방부 및 정부 고위 관계자, 캐나다 국방투자청(DIA) 등 수주전의 키를 쥔 정·관계 핵심 인사를 연쇄 접촉했다. 정부가 직접 잠수함 건조 및 납기를 100% 책임진다는 국가 차원의 '금융 지원 책정'과 '대한민국 정부의 기술 보증서'를 프레젠테이션하며, 민간 기업 혼자서는 줄 수 없는 최고 수준의 공신력과 정무적 신뢰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해군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최신예 3,000t급 디젤 잠수함 '도산안창호함'까지 측면지원에 나섰다. 1만 4,000km에 달하는 장거리 태평양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달 23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위치한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 직접 입항했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브리타니 부르주아 소령 등 캐나다 군 관계자들이 직접 도산안창호함에 탑승해 내부 전투지휘실과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참관하고 호평을 쏟아냈다. 독일과 달리 현재 운용 중인 전력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 장면이다.
이런 '잠수함 시승' 전략은 현지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잠수함에 탑승해 본 캐나다 해군 관계자의 "1999년식 '혼다 시빅'을 몰다가 '신형 테슬라'를 탄 기분"이라는 극찬이 캐나다 현지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의 캐나다 입항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산 잠수함 성능의 우수성을 현지에 적극 홍보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