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처분 조치사항. 세종시는 학대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시설에 개선명령을 내렸으나 자체 조사에 근거하지 않고 옹호기관의 학대 판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 제공세종시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을 조사하고도 자체 조사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처분의 핵심 근거가 된 학대 판단 역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 결과에 의존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장애인 거주시설 관리 주체인 세종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24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1월 중증 장애인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거주시설을 대상으로 1차례 합동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시설 관계자 면담을 진행하고 시설 관리 미흡 여부 등을 옹호기관과 함께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시는 합동 조사 이후 결과보고서 등 자체 문건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는 현장 조사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조사 경과나 판단 내용을 담은 자체 문건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기록은 옹호기관이 작성·보관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종시는 기관 관계자와 학대 의심 신고가 있기 전 사흘 분량의 CCTV 영상을 확인했지만, 어떤 영상을 확인했고 어떤 내용을 파악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식당 내부에만 설치돼있던 당시 CCTV 영상은 저장 기간 만료로 삭제된 상황이다.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머물다 전치 12주 판정을 받은 피해자 A씨의 환부. 피해자 가족 제공
그러나 합동 조사 1년 뒤, 세종시는 돌연 시설 측에 개선명령 행정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옹호기관의 학대 판단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결국 세종시는 학대 판단을 근거로 시설에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정작 당시 무엇을 조사했고 어떤 근거로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스스로 입증할 자료조차 남기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경찰이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원점 재수사에 나선 상황에서, 당시 현장 조사에 참여한 지자체의 판단과 대응 과정을 확인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은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세종시는 당시 조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 이후 시에서 작성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자료가 부재한 이유는 담당자 변경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40대 지적장애인 입소자가 갈비뼈 6개 골절과 척추 압박골절,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후 피해자 가족과 장애인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는 현재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