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은 이강인-손흥민. 연합뉴스홍명보호가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격돌한다.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르지만 목표는 오직 승리뿐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현재 1승 1패(승점 3)를 기록 중인 한국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자력으로 32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경우의 수는 단순하다. 한국이 남아공을 상대로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거두면 다른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 2위를 확보해 곧바로 32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패배할 경우의 수는 복잡하고 험난하다. 같은 시간 체코가 멕시코를 꺾으면 한국은 조 4위로 추락해 즉시 탈락한다. 반면 체코가 비기거나 패하면 한국은 조 3위를 확보하지만, 이때부터는 12개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 들어야 하는 피 말리는 경합을 벌여야 한다.
대표팀은 무승부라는 안전장치를 지우고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멕시코전 패배 직후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이 "3차전서 무승부를 거둬도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기기 위해 준비하겠다"라며 반드시 승점 3을 따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이유다.
2018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한국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조별리그 3차전은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가 강세를 보였던 약속의 무대다. 유독 약했던 2차전(4무 8패)과 달리, 3차전 통산 전적은 3승 2무 5패로 비교적 준수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카잔의 기적'과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역전승 모두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국 축구는 세 가지 징크스와 대기록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 월드컵 '3차전 3연승'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지난 2006년 토고전 이후 20년간 이어진 아프리카 사령탑 잔혹사(1무 2패)를 완벽히 청산한다.
동시에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남아공을 꺾으면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국내 지도자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단일 대회에서 '2승'을 거둔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으로 단 1골만 기록한 남아공이지만, 파괴력 있는 후방 침투와 공격진의 개인 기량은 아시아 수비진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러닝으로 몸푸는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
수비의 핵 김민재(뮌헨)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아공에는 스피드 있는 공격수들이 있어서 염두에 두고 있으며 개인적인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팀적으로는 앞선 1·2차전처럼만 하면 될 것 같다"라며 견고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장 안팎의 변수는 철저히 통제됐다. 1·2차전이 열린 고지대 과달라하라와 달리 이번 몬테레이는 고온다습한 폭염이 복병으로 꼽힌다.
사령탑은 흔들림이 없다. 홍명보 감독은 "고지대 적응만큼 폭염도 철저히 대비했다"면서 "선수들이 고지대 적응을 마치고 자신감을 가졌던 것처럼 고온에도 자신감이 있으며 더운 날씨지만 경기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배수의 진을 친 대한민국은 1차전 체코전 승리의 기운이 깃든 붉은색 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원정팀 남아공은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