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류영주 기자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경북지역도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 대응을 그늘막이나 살수차 중심의 일시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도시 공간 자체에 그늘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8월 6일까지 경북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36명으로, 이 중 2명이 숨졌다. 경기 613명, 서울 300명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수치다.
경북은 인구 규모가 경기의 약 5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인구 대비 발생률을 고려하면 폭염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시군별로는 포항이 58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미 29명, 안동 26명, 김천 19명, 경주 16명 순이었다.
한 시민이 실개천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
폭염 강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경북 17개 시·군에 폭염경보가, 3개 시·군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구미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8.2도까지 올랐다. 또 11개 시·군에서는 폭염과 열대야가 동시에 나타났다.
경북의 온열환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높은 고령인구 비중이다. 올해 1월 기준 경북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7.46%로 전남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대부분이 실외였다. 올해 전국의 온열질환자 2665명 가운데 77.4%가 실외 환자였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논밭 27.7%에 이어 길가가 19.7%로 두 번째로 많았다.
고령층이 일상생활을 위해 이동하는 길이 폭염에 노출될 경우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경북연구원은 '길가'를 행정과 도시설계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공간으로 보고, 폭염 대응 정책의 초점을 이 공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가로수의 경우 '그늘의 연속성'을 중심으로 길가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목의 수관폭보다 나무 사이 간격이 넓으면 가로수가 충분히 자라도 그늘이 끊기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이 잔디에 물을 뿌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에 따라 연구원은 실제 보행공간에서 그늘이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하는 '보행그늘률'과 햇볕에 연속적으로 노출되는 거리를 관리하는 '무그늘 연속연장'을 경북형 도시설계 지표로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가로수 간격 역시 획일적인 거리 기준에서 벗어나 성목의 예상 수관폭을 고려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농촌지역은 고령자의 생활동선을 연결하는 '경북형 쿨루트(Cool Route)' 조성을 제시했다. 마을회관·경로당과 버스정류장, 보건지소, 농협 등을 연결하는 구간에 가로수와 고정식 차양, 휴식·급수시설 등을 집중 배치하는 방식이다.
경북도청신도시와 혁신도시 같은 신규택지지구는 이 같은 기준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실증지역으로 꼽았다. 신규 개발지역은 지구단위계획 단계부터 식재대 폭과 가로수 간격, 보행 그늘을 함께 설계할 수 있어서다.
권용석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북은 폭염 취약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매년 반복되는 그늘막·살수차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한 번 조성하면 수십 년간 효과가 지속되는 '그늘 인프라' 중심의 폭염 대응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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