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과징금을 물리고 사업 등록 말소까지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1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을 키워 사고 예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경영계는 과징금이 과도하고 작업중지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반발한다. 노동계는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종이호랑이'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산안법 개정안을 재석 219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2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이 숨진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이상 받은 사업주가 다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면, 노동부가 관계 기관에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다.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은 산재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까지 넓어졌다. 하청 노동자는 원청에 직접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불이익 적은 구조' 바꾼다지만…입법에만 1년
연합뉴스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노동안전종합대책의 핵심 입법 과제다.
당시 이재명 정부는 소액 벌금이나 집행유예 위주의 처벌, 즉 "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불이익이 적은 구조"가 산재를 반복하게 한다고 봤다. 기업이 실질적인 안전 투자보다 처벌 회피를 위한 서류 구비와 법률 컨설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과징금은 이 구조를 겨냥했다. 노동부가 과징금이 단순한 제재 강화가 아니라 기업의 사고 예방을 촉진하고 안전 투자를 늘리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 이유다.
작업중지권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본회의 찬성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작업중지권은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비용을 막는 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심찬 대책 발표와 달리 국회 통과까지 1년여가 걸렸다.
개정안은 지난 2월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같은 달 23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했다. 본회의 문턱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이 상법 개정안과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우선하면서 상정 목록에서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국회에 가서 싹싹 빌어서라도 빨리 처리하라"고 주문했지만 속도는 붙지 않았다.
막판 쟁점은 과징금 상한이었다. 국민의힘은 영업이익의 5% 이내로 부과하되 최대 50억 원으로 제한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입법이 늦어지는 사이 이미 마련된 예산도 묶였다. 정부는 올해 신고포상금 예산 111억4천만원을 편성했지만 근거 법률이 없어 지급하지 못했다. 노동부는 공포 3개월 뒤 법 시행에 맞춰 포상금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과징금과 작업중지권 조항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대책 발표부터 현장 적용까지 1년 7개월가량이 걸리는 셈이다. 과징금은 시행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부터 적용된다.
경영계 "천문학적" vs 노동계 "종이호랑이"
하지만 경영계는 과징금이 예방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과징금 기준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사업장에는 "천문학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은 존폐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산안법 전부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사후처벌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 상황에서 과징금을 신설해 중복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사업주 제재"라고 주장했다.
전날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도 같은 우려를 폈다. 김 의원은 과징금 규정이 "너무나 도가 지나치다"며, 반도체 기업 두 곳의 막대한 예상 영업이익을 들어 개정법을 적용하면 과징금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등록 말소 조항을 두고는 시공능력 2위 건설사가 2022년부터 발생한 중대재해로 "당장 등록 말소 대상"이라며 "노동자를 살리겠다는 법이 도리어 수만 명의 노동자를 길거리에 내모는 꼴"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날 입장문에서 과징금 도입을 "가장 시급했던 제도개선 과제"라며 환영했다. 노동자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안전보건 투자 비용을 아끼는 기업에 실질적인 경제적 책임을 묻고, 사고 예방 투자를 유도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경영계와 달리 한국노총은 적용 범위가 좁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최근 1년간 3명 이상 사망'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시행 이후 적용 실태를 점검해 법률상 부과요건의 보완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있어도 못 쓰는' 작업중지권…공은 하위법령으로
넓어진 현장 작업중지권을 두고도 노사의 평가는 정반대다.
경총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라는 요건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노사 분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자의적 판단이 개입해 "제도 악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작업중지권의 현실 작동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의미한 진전"이라면서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은 이번에 빠진 채로 됐고, 작업중지 시 임금 보전 문제도 해결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법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징금과 작업중지권 모두 실제로 작동할지는 앞으로 마련될 세부 기준에 달렸다.
과징금의 구체적 부과 기준과 신고포상금 지급 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법은 과징금을 매길 때 위반 내용과 정도, 전체 노동자 대비 사망자 비율, 재발 방지 노력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경총은 정부에 하위법령과 적용 지침 마련을 요구했고, 노동계는 집행 절차를 하위법령에 분명히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모두 하위법령을 다음 쟁점으로 꼽은 셈이다.
최 실장은 "등록 말소든 과징금이든 법이 들어와도 실제 추진에서 실행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실제 추진될 수 있도록 하위 절차들이 분명하게 마련돼야 법이 통과된 의미가 있다. 안 그러면 그냥 종이호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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