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962년 10월 14일. 64년 전 오늘, 세계를 핵전쟁 공포에 빠트렸던 '쿠바 미사일 위기'의 최초 증거가 포착됐다. 미군 U-2 정찰기가 쿠바 상공에서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 건설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은 '소련이 핵공격을 준비한다'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됐다. 이후 미소 두 핵강국의 갈등은 상황 종료 때까지 약 2주간 세계를 핵전쟁의 문턱까지 내몰았다.
미국은 10월 22일 대통령 TV 연설을 통해 소련의 미사일 배치를 공개하고,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 작전에 들어갔다. 군 당국은 군사대응 태세를 격상시켰고, 신문 보도에는 '소련과의 대결 준비 완료'와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국민들은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방공호를 마련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다행히 10월 28일 소련이 쿠바 미사일 철수를 발표하면서 위기는 일단락된다. 미국은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으로 화답했다. 양국은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백악관과 크렘린궁 간 긴급 연락망 '핫라인' 설치에도 합의했다.
영토로부터 불과 150km 거리의 적국 핵무기라는 실체적 위협에도 미국은 냉정을 유지했다. 소련의 철수 발표 전날만 해도 미군 정찰기가 쿠바 상공에서 격추돼 조종사가 숨진 상황이었다. 대통령은 국방장관으로부터 제시받은 공습, 해상봉쇄, 협상 등 선택지 가운데 공습은 후순위로 미뤄두고 외교적 해결을 모색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 카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되, 그것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통제했다. 미국은 우선 해상봉쇄로 추가 무기 반입을 막고 협상 시간을 벌었다. 쿠바의 '선제적 핵공격' 요구를 묵살한 소련 측 절제력도 평가받을 만하다. 어느 한쪽이 강경론에만 매달렸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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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오늘날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있는 한반도에 타산지석이 된다. 지난달 비무장지대 북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들이 다쳤다.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군사분계선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원인으로 판단했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했다. 오히려 북한은 강력 대응을 경고했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이어갔다. 우리 당국 역시 지난주 국산 극초음속 무기 시험으로 군사적 억제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 국민 보호를 위한 억제력 확보도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대비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것만큼이나, 우발적 충돌에 대한 방지 대책도 중요하다. 이들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충돌 방지책의 중요성이 커진다.
군사분계선 표지가 노후화되거나 불분명해진 곳은 신속히 파악해 조치해야 한다. 충돌 발생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소통하기 위한 군사 연락체계도 재정비돼야 한다. 상대 측의 의도를 오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충돌과 과잉대응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화에 불응하면서, 비무장지대를 물리적 국경으로 고착화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불통은 매우 큰 걸림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기관리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 해소는 신뢰 관계에 있던 두 나라 간 화합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신뢰할 수 없는 적국의 오인과 오판, 우발적 충돌이 초래할 위험을 회피하려는 쌍방 노력의 결과였다. 우리 역시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충돌을 피할 출구를 끝까지 찾아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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