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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美 협상은 차기 정부 몫"…'대행 정부' 과욕에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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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정조준하며 90일 유예기간 벌어…최종 결정은 6월 대선 후 차기 정부의 몫으로
트럼프, 무역+안보 '패키지 협상' 거론하는데…협상 준비 속도 내는 권한대행 체제?
"지금 협상 서둘러도 어차피 차기 정부와 다시 논의할 것" 지적
"무리하게 속도 내면 자칫 차기 정부 협상력만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도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이 관세 전쟁의 목표를 중국으로 집중하면서 한국으로서는 차기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할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대해 현 대행 체제 행정부가 대미(對美) 협상을 주도하기보다 차기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발효 시점을 90일 뒤로 전격 유예하고, 10% 기본 관세만 부과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를 상대로 도발한 미국이 '관세전쟁'의 목표를 중국으로 좁히면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특히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으로서는 오는 6월 3일 대선으로 선출될 차기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협상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물론 트럼프 특유의 '예측불허' 정책 방향 탓에 90일의 유예기간을 장담할 수 없지만, 발표대로라면 차기 정부가 꾸려지고도 약 한 달 가량 협상을 마무리할 여유 기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한미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90일 동안 '진전'을 이루도록 독려하는 등 사실상 한미 협상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상호관세 유예 소식이 들려온 직후인 지난 10일 "앞으로 90일 동안 모든 협상에 진전을 보여서 관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관계 장관들에게 주문했다.

또 미국 측이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논리에 대해 "우리나라의 관세 수준 또는 여러 가지 세제·세금 수준 그리고 비관세장벽, 위생 이런 것들이 다 한꺼번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개선이 필요한 품목이 많을 텐데 이런 것들이 개선되면 우리 국민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대행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효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조선, LNG 및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 측과 협력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또 같은 날 미국 CNN과 인터뷰하면서 중국, 일본과 함께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맞대응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간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 한미 정상 외교는 단절된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이뤄진 한 권한대행의 전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78일 만에야 연락이 닿았다.

이를 극복하려는 듯한 한 권한대행의 부지런한 행보에도, 실제 미국을 상대로 괄목할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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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마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한 권한대행이 제시한 3대 분야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지불"을 묶어 소개하고는,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무역과 안보를 포괄해 협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9일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도 유럽과 한국을 함께 거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해외미군 감축을 연계해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역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각국에 대해 한 개의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통상 문제를 넘어 안보·외교까지 통틀어 다루는 '패키지 협상'으로 판을 키운 마당에, 대통령이 없는 데다 차기 정부로의 이양이 예고된 권한대행 체제가 이를 다루기에는 '체급'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종료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 사항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 권한대행이 '탐색'을 넘어 '타결'을 시도하더라도 임시 타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둘러 타결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뒤인)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G7회담에서 새로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에게 정식 협상을 다시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한국·일본을 국가별 협상 대상 중에서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대폭 양보를 받아내 트럼프 정부 대외정책의 '트로피'로 삼으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미 협상을 서두르면, 차기 정부의 협상력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진전된 성과를 내려 노력하기보다는, 차기 정부가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박상인 교수는 "90일의 유예 기간이 없다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대행 체제에서도 협상을 해야 하고 여야도 도와야 했다"며 "하지만 90일 기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최종 의사결정은 차기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한국은 대행 체제의 과도기라는 점이 미국의 요구를 서둘러 들어줄 수 없는 좋은 핑계가 됐다"며 "만약 현 체제에서 업적을 남기려는 욕심에 미국이 제시하는 안을 서둘러 받아들이면, 차기 정부가 이를 인정해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해 협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물론 남은 기간 미국과 교섭하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우리가 내밀 수 있는 협상 카드를 확보하는 역할은 해내야 한다"면서도 "최종 의사 결정은 결국 차기 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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