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내란종식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12·3 불법 계엄에 맞춰오던 초점을 사법부로까지 넓히면서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한 데 이어 이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특별검사(특검) 카드까지 검토중이다.
당내에서는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내란 세력과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면서 선명성을 보다 부각하겠다는 구상이 읽힌다. 다만 이같은 고강도 압박이 중도층에게 자칫 '거대정당의 독주'처럼 비춰질 수 있어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법부 조이는 민주당…"조희대의 난" 비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사법부를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는 8일에도 이어졌다. 전날 서울고법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판 기일을 선거 이후로 연기했지만 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조희대의 난'이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호중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거론하며 "사법부의 대선 개입 행위를 엄중히 경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강훈식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사법 쿠데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민주당의 공세는 사실상 전방위에 가깝다. 자진 사퇴와 탄핵 소추는 물론 특검까지 고려하고 있다. 사법권 남용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특검법이 발의되면 이는 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오는 14일에는 청문회도 열어 조 대법원장에게 직접 상고심 재판 경과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존에 내건 내란종식 구호를 이참에 사법부로까지 확장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진 내란종식 전선을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계기로 다시 한번 조이겠다는 계산이다.
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당내 경선과 토론회에서 나온 정책과 공약들이 본선 기간에도 반복적으로 전개되면 막바지에 가서 자칫 지루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는데 대법원이 먼저 대선에 개입하려는 정황을 만들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는 사법부의 실책을 내란전선 확대와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진흙탕 '김덕수' 싸움도 호재…'사법부 장악' 인식은 우려
8일 오후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가 국회 사랑재 카페에서 공개회동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비슷한 이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발끈하고 있는 상황도 민주당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여기에도 한 후보보다는 김 후보가 경쟁 상대로 세워질 경우 내란종식의 명분 확보와 선명성 강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한덕수보다 김문수가 전략적으로 상대하기 편하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다만 강성 기류가 대선 본선에서 마냥 유효하지는 않을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대정당의 사법부 장악'이라는 인식이 과도하게 퍼지면 중도층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 공판 기일을 연기하면서 당내 강성 세력의 전략이 먹혔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오히려 선거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며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한 남미 사례처럼 권력에 중독된 듯한 모양새를 내비치면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고 했던 유권자들도 거부감 탓에 투표장에 아예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