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관련해 "1분기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 해소가 지체되면서 내수 경기가 매우 부진했다"며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많이 해소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설명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은 우리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폭과 관련해선 "과도하게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1년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과 관련해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발 관세정책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을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통화정책의)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와 성장 등을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금융안정, 자본 유출입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관련해 "한은이 정부지출승수를 0.4~0.5로 보고 있다"면서 "추경을 12조원 규모로 집행하면 0.1%포인트(p) 정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가 추경을 얼마나 하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재정적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일시적 지출로 한정해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경제 모델로 따져보면 펀더멘털보다는 더 절하된 상황"이라면서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경제 모델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환율 수준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될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수용할지 보복할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에 따라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 달러인덱스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정치 불확실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남아있어서 이게 어떻게 해소될지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