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연합뉴스한미 '2+2 통상협의'에서 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판'과 방위비 분담금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는 아예 "군사는 별개의 논의사항이 될 것"이라며 통상과 안보를 엮어 처리하는 기존 '패키지딜' 입장을 번복했다. 방위비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일부 성과로 볼 측면이 있지만 안심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日과 달랐던 분위기…트럼프도 방위비도 없었다
이번 통상협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판 여부였다. 앞서 트럼프는 일본과의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 자신의 SNS에 "일본은 오늘 관세, 군사 지원 비용, 그리고 무역 공정성을 협상하기 위해 온다"고 못 박고 직접 등장을 예고해 일본 대표단을 당황하게 했다.
다행히 24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2+2통상협의'에서 트럼프가 협상장에 '난입'하는 일은 없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여러 건의 글을 올리면서도 한국과의 협의는 언급하지 않았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압박도 없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협의 후 브리핑에서 "방위비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미국 측이)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요청이나 희망사항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방위비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을 '투트랙 전략'이 유효했다는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돌연 급선회한 트럼프…관세 마무리 후 방위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다만 미국이 방위비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건 트럼프가 돌연 '관세와 안보를 엮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어떤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협상과 방위비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통상과 안보와 엮어 한 번에 처리한다는 '원스톱 쇼핑' 구상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미국은 타국의 군대를 돌봐왔다. 우리가 사실상 그들의 군대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무역에서는 공정한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동맹에 대한 안보 비용이 불공평하다는 기존 인식 자체는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트럼프가 관세와 군대 문제를 분리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방위비 인상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미국과 7월까지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은 이후, 미국이 방위비 문제를 새로이 꺼내들 경우 한국에 추가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성격상 '관세-방위비 투트랙' 발언이 언제든 뒤집힐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5월 러시아 전승절 개최 전후로 우크라 종전문제, 북러군사협력 문제 등 안보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향후 안보문제에서 더 많은 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